효성이 조현준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제보자로 조현문 전 부사장을 지목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 사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효성 가문에 반기를 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과연 무엇을 얻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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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 |
효성의 한 관계자는 14일 “분쟁의 한쪽 당사자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제기한 의혹을 그대로 제작 방영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공중파 방송의 탐사저널리즘 프로그램에서 악의적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그동안 각종 언론에 제기해 온 허위사실에 대해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대응수위를 높였다.
효성은 조 전 부사장이 법적 분쟁을 앞두고 여론전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각각 최대주주로 있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경영진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10월 조 사장을 직접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 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에 배당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조 사장을 고발하며 “조 사장이 주식 매입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회사에 수백억 원대의 손해를 끼치고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도록 공모하거나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효성의 기업 운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회삿돈이 횡령됐다면 피해자는 효성인데 도난당한 사람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한다”며 “객관성도 없고 사익에 의해 움직이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조 전 부사장은 “개인이 기업을 사금고로 이용하는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인다.
조 전 부사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서울대학교 문화인류학과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재학 중 보성고등학교 동창인 신해철과 함께 무한궤도라는 밴드를 결성하는 등 다소 특이한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000년 귀국해 효성 전략본부 이사를 거쳐 2008년 효성 중공업부문장을 맡아 효성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돌연 사퇴한 뒤 효성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효성가와 인연을 끊었다. 조석래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언제든지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며 설득했다.
그런데도 조 전 부사장이 아랑곳하지 않고 조 사장을 상대로 법적 공세를 취하는 데 대해 효성은 재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조 전 부사장은 이미 처분한 효성 지분 외에도 효성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이 세 형제에게 골고루 재산을 나눠줬기 때문이다.
효성의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 계열사를 나눠 몫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와 형을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현준 사장, 조현문 전 부사장, 조현상 부사장은 각각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동륭실업, 신동진의 최대주주다. 이들은 각 회사 지분을 80%씩 보유하고 있고 서로 10%씩 교차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다른 두 회사의 경영과 관련해 형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올해 4월 동륭실업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재산 때문에 패륜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효성의 어두운 일면을 들춰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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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법조인으로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정의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법적 대응을 하는 이유로 “불법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재직시절 형과 회사의 비리를 적발해 이를 문제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쫓겨났다고 밝혔다.
효성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조석래 회장이나 조현준 사장은 조현문 전 부사장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워낙 강경해 당분간 화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효성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과 화해할 의사가 있고 여름에도 가족끼리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를 다시 받아들일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재판 중이라 하나하나 말하지 못한다”며 “나도 상처가 깊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오해가 있다면 만나서 풀어야 할 것”이라며 “동생이 나를 고발해도 나는 동생을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