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단순히 콘텐츠의 ‘유통경로’를 제공해주는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을 세계무대로 넓히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3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현재 여러 글로벌 통신사들과 콘텐츠 수출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동남아시아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통신사들과 콘텐츠 수출 얘기를 나누고 있으며 거의 협상이 완료된 곳도 많다”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전체적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 사태가 조금 진정되면 여러 가지 성과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는 하 부회장이 글로벌 진출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무기’다.
SK텔레콤, KT 등 LG유플러스의 경쟁사들은 모바일 에지컴퓨팅(MEC) 글로벌 동맹 등을 통해 5G통신 B2B(기업 대 기업)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하 부회장은 B2B사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LG유플러스가 보유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콘텐츠 경쟁력이 5G통신의 세계적 확산 국면에서 커다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3위지만 5G통신 콘텐츠 분야에서는 우리가 제일 앞서있다”며 “이 격차를 계속 벌려 나가야 한다”고 격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일부 글로벌 통신사들에 콘텐츠를 수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3월 말 홍콩의 PCCW그룹과 제휴해 홍콩 1위 이동통신사인 홍콩텔레콤에 5G통신 가상현실 콘텐츠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9년 12월에는 3억2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차이나텔레콤과 실감형 5G통신 콘텐츠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에서는 하 부회장이 유달리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를 두고 이동통신사가 단순히 콘텐츠가 이동하는 ‘도로’를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플레이어로서 시장에 등장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LTE통신이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놨음에도 LTE통신의 과실은 통신망에 투자한 이동통신사가 아닌 구글, 넷플릭스 등 콘텐츠 기업이 대부분 독점했다”며 “LG유플러스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통신사들이 5G통신을 시작하면서 이것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단순히 통신망을 깔아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수요 한계가 명확한데다 콘텐츠사업은 일반 제조업과 비교해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매우 저렴하고 시장이 커질수록 수익성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 부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LG유플러스의 콘텐츠사업에 2조6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콘센츠사업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펼치며 글로벌 5G콘텐츠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잡고 이를 통해 다시 LG유플러스의 콘텐츠사업을 성장시키는 ‘선순환구조’가 하 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LG유플러스 콘텐츠사업의 청사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K-드라마, K-팝, K-게임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LG유플러스가 콘텐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기도 하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현재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콘텐츠 가운데 인기 순위 상위권은 대부분 한류 콘텐츠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가 콘텐츠 수출 주요 목표지역을 동남아시아, 유럽 등으로 잡고 있는 것 역시 이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5G통신 상용화 초기부터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왔으며 현재는 상당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며 “LG유플러스의 콘텐츠 경쟁력을 활용해 2020년에는 ‘5G서비스3.0’을 바탕으로 5G통신 콘텐츠 수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