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9월이 아니더라도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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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안팎에서 9월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동결해야 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이 2008년 12월 이후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0.25%)를 유지해온 만큼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미국은 2006년 6월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9년 넘게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한국경제는 어떤 타격을 입게 될까?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중에 풀린 달러화를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시중에 달러화가 줄어들면 달러화 가치는 올라간다.
달러화가 강세를 띠게 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화폐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와 같은 선진국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신흥국가의 자본유출이 심해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투자자는 8월5일부터 11일까지 27일 연속 순매도 행진으로 5조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달러화가 빠져나가면 원화가치는 더 떨어지게 된다. 달러화가 강세가 이어지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어난다.
최악의 경우 투자자금 이탈로 주식과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이 때문에 다시 투자자금이 추가로 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기초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동남아 국가들처럼 큰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이들 국가들이 자본유출로 위기를 겪으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필라 고메즈 매사추세츠펀드서비스 자산운용 투자이사는 “한국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신흥국 수출비중이 높아 이들 국가가 미국 금리인상으로 흔들리면 함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화로 표시된 부채에 대한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정부나 기업이 갚아야할 빚이 늘면 그만큼 소비여력은 줄어들게 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이 심해지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메르스 여파로 가라앉았던 내수가 완전히 살아나지 못한 데다 수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유동성 감소로 경기부양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도 일각에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 왔기 때문에 이미 금융시장에 충분히 위험요소가 반영된 데다 한국의 기초체력이 견실하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예고된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기초경제 여건 등 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이 다른 신흥시장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 경제에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장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융시장에서 이미 알려진 악재는 막상 닥치면 충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