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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경질설에 휩싸였다.
주 사장은 소설가와 기자를 채용하는 등 파격적인 실험으로 주목을 받았다. 주 사장의 돌출행동 때문에 한화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 사장은 최근 한화그룹으로부터 경질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사장은 2013년 9월 한화투자증권 사장에 취임했으며 내년 9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그룹에 확인해본 결과 해임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화그룹은 주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되 임기가 만료되면 주 사장을 교체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돈키호테' '여의도 아이디어맨' '이단아' 등 별명이 많다.
주 사장은 취임 직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주 사장 취임 이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임직원 가운데 임원 28명을 포함해 정규직 501명, 계약직 146명 등 모두 647명이 한화투자증권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직원 1661명 가운데 40%가량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주 사장의 경영방식에 대한 내부반발이 상당하다는 점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주 사장은 최근 사내에 편집국을 설치하고 소설가 1명, 기자 1명을 채용해 감수를 맡도록 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증권사 보고서를 읽기 쉽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증권회사에서 유례가 없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한화투자증권 내부 분위기는 이를 그다지 탐탁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인력은 현재 리서치보조 8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인데 주 사장 취임 이후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문 애널리스트가 부족하다보니 증권회사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 사장은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을 흑자로 돌려세운 데 이어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하지만 이런 경영실적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과감한 인원구조조정 효과라는 의견도 있고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 투자이익과 인력감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낸 데 대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주 사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임직원들의 과당매매를 방지하고 펀드 제도 개편, 투자의견 ‘매도’ 보고서 확대 등의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직무별 연봉제와 절대평가 등급제 등 성과평가를 개선하는 실험적인 조치도 내놓았다.
주 사장은 경영 외적으로도 거침없는 발언을 해 한화그룹에 부담을 안겼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주 사장은 지난달 SNS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장관이 CEO가 받는 수십억 연봉을 깎아 청년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발상과 억지 주장”이라며 “저런 분이 노동개혁을 담당하고 있다니”라고 했다.
주 사장은 한 술 더 떠 자신의 연봉이 적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글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 사장이 지나치게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데다 그룹과 소통이 부족해 경질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합병에 반대한다는 증권사 리포트를 발간해 한화그룹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의 2인자로 일컬어지는 김연배 전 부회장이 7월 주 사장을 갑작스레 방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란 시각이 많다.
주 사장은 1959년 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세계은행 컨설턴트, 삼성생명 전략기획실, 글로벌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 경력을 쌓았다.
그는 2001년부터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한 뒤 2004년 우리금융지주 전략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그뒤 2008년까지 우리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를 역임했다.
주 사장은 금융투자업계에서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그는 삼성증권과 우리금융지주에서 함께 일한 인연으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사장의 집안도 눈에 띈다. 부친인 주종환 전 동국대 명예교수는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 민족화합운동 이사장을 지낸 국내 대표적 사회운동가로 꼽힌다.
친형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거친 사학전문가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