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그룹 주주연합(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을 꺼내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17일 한진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주주연합이 한진칼 지분을 계속 늘리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주주연합 보유지분 일부를 무력화할 대응책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한진칼은 주주연합의 반도그룹이 '허위공시'를 했다는 점을 들어 금융감독원에 반도그룹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반도그룹은 2019년 10월1일 계열사인 대호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시했다가 2020년 1월10일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끌어올리면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꿨다.
한진칼은 이를 놓고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1월10일보다 앞선 지난해 8월과 12월 두 차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한진그룹 회장 자리와 부동산개발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며 경영참여를 압박한 점을 공개했다.
반도그룹이 허위공시를 했다는 것이다.
한진칼은 KCGI를 향해서도 자본시장법을 어겼다고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진칼이 보는 자본시장법리에 따르면 KCGI와 같은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는 공동으로 10% 이상의 경영권 투자를 할 수 있지만 투자목적회사는 공동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어 단독으로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해야 한다.
KCGI가 그레이스홀딩스를 포함해 총 6개의 투자목적회사를 운용하고 있는데 그레이스홀딩스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목적회사는 10% 이상 경영권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한진칼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공세는 우선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주주총회 표대결을 놓고 주주연합에 도덕적 타격을 줘 소액주주의 표심을 최소한 중립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주연합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경영 정상화가 아니라 반도그룹처럼 부동산 개발과 같은 이권을 노리고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해 주총 표대결에서 소액주주의 주주연합 동조를 막겠다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 측과 주주연합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한진칼 확보지분이 엇비슷해 표대결이 벌어지면 박빙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소액주주를 잡기 위해 날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진칼이 반도그룹과 KCGI를 겨냥해 자본시장법 위반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주주총회 표대결 이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 회장으로서는 주총에서 표대결에 지는 만일의 사태도 대비해야 한다. 금감원에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를 요청해 놓으면 주총에서 지더라도 자본시장법 위반을 들어 주총 안건 표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해 법의 판단으로 싸움을 끌고 갈 수도 있다.
주주연합에서 계속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 회장으로서는 주주연합에서 확보한 지분의 정당성을 놓고 법의 판단을 구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측면도 있다.
주주연합은 3월 주총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없는데도 계속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한진칼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 하더라도 임시 주주총회 요구 등 경영권 싸움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의지를 확인한 이상 조 회장이 대응할 수 있는 길은 주주연합에 따라서 한진칼 지분을 더 높이든지 아니면 주주연합이 보유한 지분의 법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해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이나 법원에서 KCGI나 반도그룹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하게 되면 KCGI나 반도그룹은 보유한 상당한 지분의 의결권을 잃고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칼이 뒤늦게 금감원에 조사요청서를 보낸 것은 법적 대책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