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유럽에서는 민간인 차원의 출입국을 통제하거나 육상 이동 자체를 봉쇄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자 유럽연합 차원의 공동대응에 한계를 느끼는 개별 국가들이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미 2만 명을 넘어섰으며 스페인 확진자도 9천 명을 넘어 1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독일은 7천 명, 프랑스는 6천 명을 각각 넘어섰다.
유럽 주요 나라들의 국경 통제상황을 살펴보면 러시아는 18일 0시부터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 스페인도 이날 0시 스페인 국적자와 외교관 등 정부의 거주 허가를 받은 사람만 입국을 허용하는 국경 통제를 실시했다.
독일은 앞서 16일부터 국경에서 화물과 통근자를 제외한 민간인의 출입국을 전면 금지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아예 15일동안 이동 금지령을 내렸다.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나라들도 국경을 폐쇄하거나 육상 입국의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3사는 불안한 시선으로 유럽의 국경 통제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배터리 전략이 틀어진다면 세 회사의 배터리부문 실적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기차배터리의 글로벌 최대 수요처는 중국이지만 중국 정부가 보조금 장벽을 통해 한국산 배터리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3사는 전기차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유럽을 전략적 시장으로 점찍고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땅값이 저렴하고 세제혜택이 큰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중유럽과 서유럽의 수요처에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현지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아직 유럽의 국경 통제가 대체로 민간인의 출입국을 막는 수준이라 문제가 없다”면서도 “물류까지 막는 수준으로 국경 통제단계가 격상하면 현지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획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생산물량을 조절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령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코마롬의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현대자동차 체코 공장에 납품해 전기차 코나에 탑재한다.
체코는 이미 인접한 독일과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했으며 헝가리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체코가 헝가리와의 국경까지 폐쇄한다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SK이노베이션에게 체코보다 큰 변수는 독일의 국경 통제다. 최대 고객사인 독일 폴크스바겐의 수요에 대응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기지가 헝가리에 위치한 만큼 독일을 향하는 배터리는 육로로 체코나 폴란드를 거쳐야 한다. 독일이 두 나라와 맞댄 국경의 물류 통제에 나선다면 배터리 공급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다른 두 회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1차 증설을 마친 뒤 수율 안정화작업과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BMW를 제외한 거의 모든 유럽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수주잔고를 150조 원어치 쌓아뒀다. 전기차배터리 수요 대응이 시급해 수율 안정화에 먼저 집중할 겨를도 없는 셈이다.
생산능력 확대 역시 시급한 만큼 3월 초 폴란드 공장 인근의 터키 가전공장을 인수해 추가 증설부지도 마련해뒀다.
LG화학의 최대 고객사도 SK이노베이션처럼 폴크스바겐이다. 독일이 인접국가 폴란드와 맞댄 국경의 물류까지 통제하게 된다면 유럽시장 공략계획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삼성SDI도 독일의 국경 통제상황이 최대 변수다.
주고객사 BMW의 차량 생산 중심지가 독일이며 다른 주요 고객사 아우디도 벨기에와 독일의 공장이 완성차 생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에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독일이 체코나 폴란드와 맞댄 국경의 장벽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배터리3사는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기차배터리 공급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현지 생산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공장 가동 자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세 회사 모두 현지 방역대책을 철저히 마련한 덕분에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다”라며 “오히려 현지 고객사의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겨 전기차배터리 공급을 줄이게 될 수 있다는 점이 위험 요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