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 씨젠 대표이사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진단키트의 공급처를 넓히며 글로벌시장 공략을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받기 원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어 해외진출을 다각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씨젠에 따르면 여러 국가의 정부와 기업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받기 위해 씨젠에 긴급주문을 요청해오고 있다.
씨젠은 분자진단 시약과 관련 기기 개발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바이오회사다.
천 대표는 글로벌 분자진단기업을 목표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왔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천 대표는 국내보다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마케팅에 힘을 쏟아왔다. 씨젠의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2014년 이탈리아와 중동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독일, 브라질 등에 현지법인을 세웠고 국가별로 분자진단제품 영업 경험이 풍부하고 네트워크를 잘 갖춘 회사와 대리점을 물색해왔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최근 여러 국가의 정부와 기업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씨젠의 글로벌 공략에 더 힘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씨젠에 따르면 세계 30여 개 나라와 기업에서 주문이 몰리고 있어 씨젠도 이에 맞춰 하루 생산 물량의 10%가량을 수출하던 것을 25%까지 늘렸다.
씨젠 관계자는 “각 나라들에서 해외법인을 통해 접촉을 해오고 있다”며 “수요는 밀려드는데 공급이 달리고 있어 필요한 양만큼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라19 확산은 씨젠의 해외 진출 국가를 늘리는 기회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분기를 기준으로 씨젠의 지역별 매출은 유럽 65%, 아시아와 중동 12%, 미주 8% 등으로 구성돼 유럽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긴급주문을 요청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태국, 브라질 등 비유럽권 국가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유럽 이외 지역의 매출비중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씨젠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천 대표의 앞선 결정 덕분이다.
천 대표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감염환자가 발생하자 곧 국내에도 코로나19가 전파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공개한 코로나19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진단시약 개발 노하우 등을 활용해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들어가 2주 만에 개발을 마쳤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얻어 현재 코로나19 발생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 수요의 절반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엄중하게 생각했고 모험을 걸었다”며 “임직원이 코로나19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