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 소멸을 전제로 금호산업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그동안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부인해 왔는데 태도를 바꿔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매각가격 협상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3일 “박삼구 회장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생각이 없기에 인수 의향이 없다”면서도 “만약 박삼구 회장이 우선협상권을 포기한다면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금호산업 인수전에 나설 뜻이 없다고 밝혀 왔는데 이번에 번복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과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호석유화학의 이런 태도변화는 향후 금호산업 매각협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이고 금호석유화학은 2대주주다. 이 때문에 금호산업 매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금호석유화학 쪽에 공동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가를 놓고 박삼구 회장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7935억 원으로 책정하고 박 회장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6503억 원에 인수할 것으로 고수하고 있다.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이 원하는 대로 가격을 낮춰줄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을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과 가격협상을 끝낸 뒤 채권단 전체 결의에서 매각가격이 결정돼 정식 통보를 받으면 한달 안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삼구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 채권단은 6개월 동안 제3자에게 매각통지 가격 이상으로 금호산업 지분을 팔 수 있다. 만약 제3자에게 지분이 매각되지 않을 경우 박 회장은 다시 우선매수청구권을 되찾게 된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금호석유화학이 뛰어들 경우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에게 팔기 위해 굳이 가격을 낮추지 않아도 되는 명분이 생기게 된다.

박 회장과 가격협상 결렬시 채권단은 제3자 매각을 성사시켜야 하기 때문에 금호석유화학을 예비 인수후보로 크게 손색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 인수에 끼어드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유화학이 채권단을 혼란스럽게 해 매각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박 회장 등이 주도해 금호석화가 그룹 부실계열사인 금호산업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도록 해 165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혔다”며 “출자전환과 조정이율에 따른 손해액 등을 고려했을 때 103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