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메르스(MERS)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사카린 밀수, 차명계좌, 메르스 등에 이어 삼성그룹 총수의 대국민사과에 경영권 승계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재계와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의 문제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은 그룹 총수로 전면에 나선 뒤 여러 사안들을 놓고 공식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굳이 준법감시위원회의 사과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물려받은 직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삼성서울병원의 부적절한 대응을 사과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메르스 환자 치료를 책임지고 사태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진료환경 개선 등 삼성서울병원을 혁신하고 감염병 대처를 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2017년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이 부회장은 여러 차례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첫 특검 소환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면서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고 항소심 최종진술 때는 “삼성에 실망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구치소에서 나올 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앞으로 더 세심히 살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파기환송심 첫 재판 때 역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으나 이 부회장체제에서 삼성그룹이 사과를 한 일들도 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오던 삼성반도체 직업병 논란 관련 사과가 대표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처음으로 백혈병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상안 마련과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권 회장의 뒤를 이어 반도체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도 2018년 피해자들과 중재안에 합의하며 사과했다.
최근 들어 삼성그룹은 현안에 적극적으로 사과했다. 삼성그룹은 2019년 12월 노조와해 사건 1심 유죄판결이 나오자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와 함께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월 말에는 삼성그룹 17개 계열사가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 열람한 것을 사과했다. 이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 이전에도 삼성그룹 총수들은 대대로 불법에 따른 여론 악화에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건희 회장은 2008년 4월 차명계좌 의혹과 관련해 삼성 특검이 진행되자 대국민사과를 했다. 이 회장은 “특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이에 따른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략기획실 해체, 차명계좌 실명 전환, 순환출자 해소 등을 약속하며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 회장은 2010년 삼성 사장단의 복귀 요청에 따라 회장에 복직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졌을 때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고개 숙였다. 이병철 창업주는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1968년 삼성그룹으로 돌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