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0-03-11 15: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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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역 생활권과 동떨어진 선거구 획정 때문이다.
순천시 아래 24개 읍·면·동 가운데 해룡면 한 곳이 따로 떨어져 나와 기존 광양·구례·곡성 선거구와 합쳐지며 순천·광양·구례·곡성을 선거구가 됐다.
▲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
이런 이례적 선거구 획정에 따른 순천 주민들의 반발로 순천·광양·구례·곡성갑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은 선거전에서 부담을 안게 됐다.
애초 소 전 원장은 올해 총선에서 순천 현역 이정현 무소속 의원(전 새누리당 대표)이 지역구를 떠나며 비교적 순탄한 선거전을 치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선거구 획정과 전략공천 반발에 지역 민심부터 달래야 한다.
11일 순천시 해룡면 주민과 YMCA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통과된 순천·광양·구례·곡성을 갑과 을로 나누는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은 선거법 제25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며 "해룡면민과 순천시민사회단체는 불법과 위헌의 선거구획정을 뒤집는 행정소송·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우리의 뜻을 강력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애초 중앙선거관리위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인구 28만 명을 초과한 순천시의 선거구를 둘로 분구하는 획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3당은 7일 순천시 선거구를 주변지역인 광양·구례·곡성 선거구와 합친 뒤 순천·광양·구례·곡성 갑과 을로 다시 나눴다.
순천·광양·구례·곡성갑 선거구는 기존 순천시의 24개 읍면동 가운데 해룡면을 제외한 23개 읍면동으로 구성된다. 오직 한 곳 해룡면만 기존 광양·구례·곡성 선거구와 합쳐져 순천·광양·구례·곡성을 편입되며 지역 주민을 무시한 선거구 획정이라는 반발여론이 들끓게 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순천시민 주권을 무시한 민주당을 심판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겠고 벼르며 민주당을 향한 심판론까지 제기했다. 국회 교섭단체 간의 합의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주로 여당에게 집중되고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해룡면 분리와 관련해 비판이 나왔다.
장성배 순천 민중당 예비후보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순천 선거구 쪼개기 획정은 순천시 유권자의 평등권과 해룡면의 대의권을 박탈했다"며 "순천 시민의 뜻을 모아 위헌법률소송을 제기하고 단독으로라도 맞서 끝까지 모든 법적 절차를 통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로 출마지를 옮기는 이정현 의원도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순천시민 입장에서는 침대보다 키가 더 큰 사람의 발을 침대에 맞춰 잘라냄을 당했다"며 "이러한 선거구획정은 다음에 또 바뀌게 되고 해룡주민은 한번 쓰고 버림받는 비닐우산 취급당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선거구 획정이 바뀐 이후 민주당은 8일 소 전 원장을 순천·광양·구례·곡성갑에 전략공천했다.
순천은 이전 총선에서도 인근 지역과 통합 혹은 분할을 거듭하며 선거구 변동이 잦았다.
순천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인데 2011년 보궐선거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당선되고 2014년 보궐선거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되는 등 정당보다 인물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도 "2011년 보궐선거부터 제20대 총선까지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 내리 순천 의석을 내준 점을 전략공천 판단기준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지세가 분산돼 선거에서 패배했다고 바라보고 순천·광양·구례·곡성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다 보니 사전선거운동을 하던 노관규·서갑원 두 민주당 예비후보는 전략공천 철회와 경선 실시 촉구를 주장하고 있다.
두 예비후보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년동안 순천 지역에 전략공천은 없었다"며 “순천지역 전략공천 계획을 철회하고 경선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소 전 원장은 선거구 획정 논란에 더해 공천 잡음까지 겹치며 성난 민심부터 달래야 하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소 전 원장은 순천·광양·구례·곡성을로 편입된 해룡면 출신으로 성동초등학교와 순천중학교를 거쳐 광주일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25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5기)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관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로 3번이나 추천되는 등 법조계에서 명망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지방검찰청장과 대구고등검찰청장을 역임한 뒤 2013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공직생활을 마친 뒤 전관예우 관행을 끊기 위해 대형로펌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은 채 순천 소재 농협대학교와 순천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후진을 양성해왔다.
도종환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소 전 원장은) 순천 출신으로 30년동안 법무연수원장 등 주요 요직을 거치고 퇴직 후에는 고향에 내려가 후학 양성에 힘쓰는 청렴한 인물"이라며 "기득권 변호보다 사회 약자를 대변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와 공정한 세상에 관한 민주당의 의지를 표현하는 후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