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과 미래통합당 송한섭 전 검사가 서울 양천갑 선거구에서 맞붙는다.
4년 동안 기반을 닦은 지역구 현역의원과 ‘의사 출신 검사’로 알려진 엘리트 출신 정치신인 사이에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송한섭 전 검사. |
10일 통합당에 따르면 송 전 검사 양천갑 전략공천에는 소득 수준이 높고 엘리트를 선호하는 양천갑 주민의 성향이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양천갑은 목1·2·3·4·5동과 신정1·2·6동으로 구성된 선거구다. 특히 목동은 교육환경이 좋다고 평가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고학력 학부모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2016년 20대 총선 이전까지 양천갑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우세했던 것은 이런 지역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양천갑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6, 17, 18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전신 한나라당 소속으로 내리 3번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다.
원 지사는 대입학력고사와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뒤 검사로 일하다 젊은 나이인 37세에 양천갑에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당시 원 지사가 젊고 유능한 엘리트 출신을 선호하는 양천갑 민심에 잘 맞는 후보라는 평가가 있었다.
엘리트 출신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송한섭 전 검사는 원 지사와 닮았다.
송 전 검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의사 출신으로 사법고시에도 합격했다. 검사로 일하면서 하버드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얻었다.
송 전 검사가 의학적 전문성을 활용해 식물인간으로 위장한 범죄자의 속임수를 밝혀 낸 일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20대 총선 때 빼앗겼던 ‘보수텃밭’ 양천갑을 탈환하는 데 화려한 경력을 지닌 송 전 검사를 적임자로 판단한 셈이다.
송 전 검사의 경력은 양천갑 유권자 성향에도 맞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현 시점에서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의사 경험이 있어 방역과 보건에 더 적합한 인물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양천구에서 오래 살아온 데다 현역의원이라 지역 기반이 두텁다는 강점을 지닌다.
황 의원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출생했지만 학창 시절을 줄곧 양천구에서 보냈다. 스스로 ‘양천구 토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 비서로 일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노무현재단 활동도 오래 했다. 현재 ‘친문재인’ 인사로 꼽힌다.
황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보수 텃밭인 양천갑에 민주당 깃발을 꽂는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황 의원은 52.12%의 표를 받아 39.86%를 득표한 데 그친 이기재 새누리당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렸다.
득표력을 입증한 데다 임기 4년 동안 꾸준히 지역구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도 득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황 의원은 아파트 가격이 높은 양천갑 유권자들이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도시공학 박사이기도 한 황 의원은 선거 운동을 할 때 ‘양천구 토박이’라는 것과 함께 ‘도시 전문가’라는 사실을 앞세우고 있다.
황 의원은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목동아파트 환경에 맞게 국토교통부고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재건축을 통한 목동 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여 ‘행복한 양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