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이 1월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삼성퍼스트룩2020 행사에서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이 이사회의 일원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어가는 데 참여하게 된다.
한 사장은 QLEDTV 성공의 주역인데 등기이사로서 역할과 위상이 강화된다. 사내이사 자리의 무게만큼 그가 추진하는 마이크로LEDTV의 시장 안착도 중요해졌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 사장은 3월18일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새로 선임된다.
삼성전자에서 부문장이나 경영지원실장이 아닌 사업부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2010년 부품사업과 세트사업 조직을 개편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사업이 아닌 세트사업부장의 사내이사 발탁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한 사장은 세트 트부문의 선임 사업부장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선임이라는 이유만으로 발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한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며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탁월한 경영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이사회와 사업조직 사이 가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그만큼 한 사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한 사장의 역할에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 사장은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한 지 30년이 넘은 TV사업의 베테랑이다. 2017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해 2년 넘게 삼성전자 TV사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한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주력 제품으로 떠오른 QLEDTV를 프리미엄TV 시장의 대세로 만들었다. 8K 초고화질 TV,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하며 올레드(OLED)TV에 판정승을 거뒀다.
삼성전자의 QLEDTV 판매량은 2018년 260만 대에서 2019년 532만 대로 2배 이상 늘어나며 삼성전자가 글로벌TV시장에서 14년 연속 1위를 지키는데 기여했다.
이런 성과가 한 사장의 사내이사 발탁을 뒷받침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내이사는 경영상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일원이면서 3년의 임기도 부여받는다. 단순히 사업부장일 때보다 역할이 커졌다.
특히 한 사장이 이사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모양새가 된 만큼 한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이상훈 전 사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한 사장과 최윤호 경영지원실장 사장을 새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상훈 전 사장과 최윤호 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이전부터 삼성전자 이사회에 포함됐던 CFO 자리를 채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한 사장은 사업부장으로서 첫 발탁이고 오너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 삼성전자로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사장의 역할과 입지가 강화된 만큼 기존에 한 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추진하던 과제의 성공 여부도 중요해졌다는 시선이 많다.
QLEDTV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크로LEDTV의 대중화가 현안과제다. 마이크로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디스플레이로 기존 디스플레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가격이다. 삼성전자가 2018년 처음 출시한 마이크로LEDTV는 4억 원대 가격으로 일반 고객이 구매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 사장은 1월 미국에서 열린 '삼성퍼스트룩' 행사에서 75인치부터 110인치까지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마이크로LEDTV를 공개하며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한 사장은 가격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여전히 1억 원에 이르는 고가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한 사장은 가정용 영화관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기술 개발을 통해 75인치 이하 소형 마이크로LED 제품도 내놓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디스플레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주력TV는 마이크로LEDTV가 아닌 QD디스플레이TV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한 사장은 “올레드(OLED)TV는 영원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QLED와 마이크로LED를 양대 축으로 사업을 전개할 뜻을 나타냈다. QD디스플레이는 올레드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 사장이 이를 견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