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새누리당 의원 138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마련한 오찬장 분위기는 마치 잔칫집 같았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포도주스 잔을 들고 “남북회담 결과는 대통령의 좌우명인 원칙의 승리였다”며 ‘원칙’을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승리’를 제창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만세’를 외치자 참석자들은 김 최고위원의 손자들 이름인 ‘대한민국 만세’로 화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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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초청 오찬장에 들어오고 있다. |
유의동 원내대변인도 “박 대통령 목소리에 피로가 가시진 않았지만 시종일관 웃음 띤 밝은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초청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이날 청와대 오찬은 열리는 과정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찬 전날인 25일부터 충남 천안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연찬회를 열고 있었다.
대통령의 ‘초청’소식은 연찬회 첫날 일정이 마무리되는 만찬 자리에서 갑작스레 전달됐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께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시기로 했다”고 알렸던 것이다.
대통령의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이런 식의 초대가 어디 있느냐’며 반발하는 의원도 없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내일 일정은 다 취소하게 생겼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청와대는 갑작스레 오찬 일정이 잡힌 배경에 대해“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오래 전부터 여당 의원들과의 오찬행사를 계획했지만 남북관계 때문에 미루고 있다 고위급 접촉이 타결되면서 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역시 ‘소통’이었다.
청와대는 오래 전부터 검토해 왔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당과 협의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청와대의 일방적 통보만 날아왔을 뿐이다.
새누리당에게 이번 연찬회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개원을 앞두고 당 차원의 전략을 논의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특별초청’ 덕분에 연찬회는 예정보다 3시간 일찍 접을 수밖에 없었다.
20대 총선 필승전략과 4대 구조개혁 추진방안 등을 놓고 당내 의원들 간 난상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오찬에 맞춰 청와대에 도착하기 위해서 늦어도 오전 9시30분경 청와대로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래 전부터 준비해 왔던 당의 중요한 행사는 반쪽자리가 됐다.
“박 대통령이 의원들을 본인이 오라면 오고, 뭘 하라면 해야 하는 부하직원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먹일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연찬회장을 깜짝방문해 의원들과 함께 식판에 담은 밥을 먹으며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의원들이 진심으로 감동해 대통령을 돕자고 하지 않았을까.”
새누리당에서 나온 이런 말이 청와대의 귀에 들어갈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