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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
“친척 중에 한명이 미래에셋에 지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인사팀에게 친척에게 불이익을 주라 지시했다. 돈을 관리하는 회사는 인사가 제일 중요한데 친척이라고 입사시킨다면 그것은 고객의 돈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 아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밝힌 내용이다. 박 회장은 이처럼 평소 책임경영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이런 말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박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박 회장의 장녀 박하민씨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했다. 사실상 가족경영체제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또 비상장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고 어느 회사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고 있다. 회사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다.
◆ 박현주 가족이 지배하는 미래에셋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 2.37%를 매입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에 이어 미래에셋캐피탈의 2대 주주에 올랐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10년에도 지분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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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구조 |
미래에셋 계열사 가운데 박 회장 일가의 지배력이 가장 회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다. 박 회장이 48.63%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박 회장의 부인 김미경씨도 10.24%를 소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자녀들인 박하민(장녀), 박은민(차녀), 박준범(장남)씨도 각각 8.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4촌 이내 가족 3명이 총 8.4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렇게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하면 91.86%에 이른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주회사였던 KRIA주식회사에서 2008년 분할됐다가 2010년 다시 합친 회사다. KRIA주식회사의 창립초기인 1999년 박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86.3%(박 회장 48%, 박 회장의 부인 11.3%, 자녀 셋 9%)였다.
이번 미래에셋컨설팅이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을 매입한 데 대해 금융업계는 “지주회사 설립과 후계준비”라고 해석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 등 미래에셋 의 주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가족경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권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만큼 회장일가의 지배력이 강력한 그룹은 없다”고 말했다.
◆ 미래에셋에 입사한 박현주의 딸
박 회장의 큰 딸 박하민(25)씨가 미래에셋에서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미래에셋그룹의 모태회사격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에 입사했다. 지금은 본사가 있는 서울 을지로로 출근해 부동산투자 업무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하민씨가 홍콩법인으로 입사한 것은 박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글로벌 인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흐름을 배우라는 뜻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박하민씨는 미국 코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코리아와 부동산투자컨설팅 업체 CBRE에서 근무했다.
박 회장은 예전부터 “투자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라며 가족경영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하지만 박 회장의 딸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하면서 박 회장의 이런 발언이 퇴색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박하민씨의 입사와 관련해 2세 경영에 시동을 거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박하민씨가 지주회사격인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8% 가량 보유하고 있는 점과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영권 상속과 결코 떼놓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 등기이사 맡지 않아 책임경영과 멀어
박 회장은 평소 돈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왔다. 그는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동원증권에서 근무할 때 투자에 실패해 수탁액의 원금을 상당량 손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손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투자손실 금액에 대해 배상해주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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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
하지만 2008년 투자금액이 반토막이 된 인사이트펀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다르게 조처했다. 수탁액이 4조7천억 원을 넘어설 만큼 많은 사람들의 큰 자산을 운용하던 당시 박회장의 태도는 돈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 회피하는 것에 가까웠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사재를 털어 배상하라”는 분노섞인 말을 내놓자 ‘죄송하다’ ‘기다려달라’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나 등기이사를 맡은 계열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뿐이다. 박 회장은 과거 미래에셋증권에서도 등기이사를 맡았으나 이 회사가 상장하던 2006년에 등기이사를 사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 계열사에 대한 박 회장의 지배력은 절대적이다.
미래에셋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모든 회사의 최대주주가 박 회장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60.2%, 미래에셋캐피탈 48.7%, 미래에셋컨설팅 48.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지배력은 확고하다.
박 회장은 재계 주식 보유순위 12위로 1조2천억 원 수준의 주식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