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드라마를 30대 남성들이 더 많이 더 자세히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족’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들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21일 제일기획의 자체 빅데이터 분석 전문조직인 제일DnA센터는 20세부터 49세까지 7천 명이 3월부터 7월까지 PC나 모바일기기를 통해 드라마와 인테리어 등을 검색한 데이터 1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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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전현무씨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다리 털 제모 시술을 받고 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
20~40대 남성 모두 드라마 검색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다.
심지어 30대 남성의 드라마 관련 검색량(6145건)은 30대 여성(4297건)을 크게 앞질렀다.
20대 남성의 드라마 관련 검색량(6521건)은 20대 여성의 뒤를 이어 전 연령층에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 방영된 드라마 프로듀사, 전설의 마녀, 풍문으로 들었소 등 19개 드라마 관련 키워드 3만2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은 80% 가량이 배우나 캐릭터 등 인물 검색에 집중했다.
그러나 남성은 인물뿐 아니라 특정 회차와 OST 등을 골고루 검색한 것으로 나타나 남성이 오히려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와 OST 다시듣기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집꾸미기와 정리정돈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이번 조사에서 깨졌다.
인테리어 관련 검색어를 조사한 결과 20대와 40대 남성이 같은 연령대 여성의 검색량을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테리어와 관련한 여성들의 검색량이 지난해에 비해 40% 증가한 데 비해 남성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제일 DnA 센터장 지현탁 마스터는 “이번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기존 목표고객에 대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함을 재확인했다”면서 “소비자의 진짜 관심사가 반영된 데이터를 통해 숨어 있는 의외의 고객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 남성들이 피부나 옷뿐 아니라 패션잡화에도 관심을 기울이자 패션기업들이 발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패션 액세서리 전문점 ‘못된고양이’는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그루밍족을 위한 제품을 진열한 ‘맨존(MAN ZONE)’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7월 말 패션잡화 브랜드 '일모'를 출시해 30~40대 그루밍족을 주요 고객으로 삼기로 했다. LF의 패션잡화 브랜드 '닥스 액세서리'는 남성용 클러치백 종류를 늘려 올해 상반기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루밍족은 올해 여름철에 반바지를 입기 위해 다리에 난 ‘털 관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남성패션잡지 레옹의 신동헌 부편집장은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에서 “올해 그루밍 제품 시장에서 다리털 숱 제거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16배나 성장했다”며 “올 시즌 유행이 반바지인데 털이 수북한 채로 입으면 아저씨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