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경상남도지사가 4월 총선 때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선거구에 출마해 정치적 재기를 꾀하지만 현역인 강성진 한국당 의원을 꺾고 공천받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23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지사는 한국당 공천장이 사실상 당선증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출마할 계획을 세웠지만 공천을 받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지사는 경남 출신 보수성향 정치인 가운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함께 가장 인지도 높은 인물로 꼽힌다.
고향인 거창에서 군수로 활동하다 2004년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통해 43세 젊은 나이에 도지사에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해 2010년까지 도정을 맡았다.
2011년 18대 총선 때 경남 김해시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활동무대를 중앙정치로 옮긴 뒤 19대 총선 때 같은 지역에서 한 번 더 당선됐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최고위원에도 올랐지만 2016년 20대 총선 때 불출마한 뒤로 정치권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경남지사에 도전했지만 김경수 지사에게 밀렸다.
김 전 지사는 꽤 오랜 시간 정치적 공백기를 거친 셈인데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게 정치적 재기를 위해 매우 절실할 수밖에 없다.
김 전 지사는 한국당 지도부가 요구하는 수도권 등 험지와 기존 지역구인 김해시을 대신 고향인 산청·함양·거창·합천에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 지사가 한국당 공천을 받기 위해 경선을 치를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애초 당 지도부는 김 전 지사와 홍준표 전 대표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험지 출마를 요청했는데 두 사람 모두 험지 대신 고향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 안팎에서 김 전 지사나 홍 전 대표가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컷오프는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김 전 지사와 홍 전 대표 등 원외인사도 공천에서 탈락시킬 수도 있다는 뜻을 보였다.
황 대표는 “원로와 중진들이 힘들고 어려운 곳에 가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좋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전 지사가 컷오프라는 고비를 넘는다고 해도 예비후보 경선에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지사가 도전하는 산청·함양·거창·합천에는 이미 20대 총선 때 당선된 현역 강석진 의원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도 거창군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2006년에 한나라당 소속으로 거창군수에 출마해 70.3%의 득표율을 거뒀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거친 뒤 2016년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동안 현역의원으로 지역 지지기반을 다진 데다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 내 기초의원과 광역의원들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며 지역의 권리당원의 지지도 많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지사가 강 의원과 비교해 인지도가 높다 하더라도 현역의원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을 받지 못하면 김 전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천에서 배제된 정치인들이 소속 정당을 나온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다시 입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지사는 “(무소속 출마)는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고 지금껏 한번도 당을 떠나본 적이 없다”며 한국당 탈당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김 전 지사를 컷오프해 경선 기회조차 박탈한다면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