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정부 금융정책의 효과적 실행을 위한 협조와 소비자 보호 강화 노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금융상품 판매 및 대출규제 강화로 은행권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은 위원장이 상품 판매규제를 완화하는 등 조치로 관계 개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은 위원장은 20일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마친 뒤 시중은행장들과 비공개 회동을 진행한다.
22일에는 은 위원장과 은행장들이 은행권 포용금융 간담회에 참석해 그동안 은행권에서 진행한 서민금융 지원 등 포용금융 분야 성과와 미래 추진방향을 논의하는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 9월 취임 뒤 은행장들과 만남을 미뤄왔던 은 위원장이 최근 들어 소통을 적극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은 위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파생결합상품 손실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 등 주요 현안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은행의 대책 마련 등을 주로 발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파생상품 사태에 대응해 강도 높은 소비자 보호대책을 내놓은 뒤 은 위원장과 은행장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한 실사결과를 이르면 1월 말 발표하기로 한 만큼 유사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은행권의 선제적 조치도 주요 의제로 포함될 수 있다.
은 위원장은 16일 저축은행업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장들과 만남은 오래 전 잡아둔 약속인데 마침 여러 사태와 겹쳤다"며 "정부정책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안정화대책에 주택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을 강도 높게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간 만큼 은 위원장은 이런 규제를 준수해달라는 당부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저금리기조에서 고위험 금융상품과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 은행들이 은 위원장을 향해 실적 타격의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은행의 불완전판매와 관리부실 등으로 불거진 소비자 피해사태가 금융권 전체의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특히 은행권으로 화살이 몰리고 있는 데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는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니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격"이라며 "주택대출 규제도 실적에 큰 악영향을 미쳐 쉽지 않은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의 여파로 사모펀드 관련한 투자규제도 더 엄격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핀테크산업 지원과 서민금융 확대 등 정부 금융정책 실행에 성과를 보기 위해 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회사의 적극적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금융위가 최근 내놓은 핀테크 육성방안에는 전체 투자재원의 절반인 1500억 원을 주로 은행권에서 유치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안정적 서민금융 공급을 위한 금융위의 서민금융재원 확보방안에도 은행 등 금융권에서 연간 2천억 원을 출연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은행권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정부의 경제정책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과 대출규제 강화의 영향을 만회할 수 있도록 은행장들과 만나 의견을 들은 뒤 대안을 마련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장들은 지난해 12월 은 위원장과 간담회에서 일부 고난도 금융상품의 판매 허용을 요청했다.
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여 은행의 소비자 보호조치 강화를 전제로 주가지수와 연계된 신탁상품 판매는 당초 계획과 달리 허용하는 쪽으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력상품이기 때문에 규제가 완화된 것은 다행"이라며 "큰 타격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이 이번에 은 위원장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일부 규제 개선을 요청한다면 금융위에서 이를 검토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이 제기하는 의견은 관심을 지니고 직접 챙겨보도록 하겠다"며 "제도와 규제 개선 의견, 어려운 점 등을 적극 말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