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이프가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지주와 주식교환 안건을 승인받으며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가 오렌지라이프와 신한금융지주 주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가지 않도록 주가부양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4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오렌지라이프와 주식교환 일정은 1월 말로 예정돼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와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오렌지라이프 주식과 교환해 오렌지라이프 지분율을 100%로 높여 완전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렌지라이프가 10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출석주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주식교환 안건을 승인받으면서 신한금융지주는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조용병 회장은 2019년 초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확정된 뒤 생명보험업계 상위로 도약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잔여지분 인수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오렌지라이프의 기존 주주들이 신한금융지주와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주총회 승인 여부에 변수로 꼽혔다.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2019년에 최고 3만8750원까지 올랐다가 업황 부진과 경기침체 등 영향으로 꾸준히 하락해 신한금융지주와 주식교환을 할 때 2만8235원으로 평가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의 배당성향이 2018년 기준 68%에 이른 반면 신한금융지주 배당성향은 약 24%에 그치는 점도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이 반발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 기존 주주들이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주식교환 시기를 늦추는 등 배려한 측면이 있고 앞으로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렌지라이프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통해 1주당 2만8235원을 받고 주식을 매각하거나 정해진 비율에 따라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주가도 최근 1개월 동안 9%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어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와 주식교환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효과가 있어 주가 하락세가 더 지속될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 뒤 신한생명과 합병을 통해 그룹 차원의 비은행부문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오렌지라이프나 신한금융지주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조 회장이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편입 뒤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과감하고 확실한 주가부양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안에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시기와 규모는 아직 정해놓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계속된 인수합병과 금융시장의 전반적 침체로 신한금융지주가 자금여력을 고려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보수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가 흐름과 재원 등을 고려해 이사회 결의를 거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주주 신뢰 확보를 중요한 경영방침 가운데 하나로 강조한 만큼 주가부양을 위한 노력을 올해 경영목표에 우선순위로 포함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천억 원대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계획이나 현금배당 확대 등 발표가 주가부양에 효과적 대책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14일 종가 기준으로 KB금융지주에 국내 금융지주회사 시가총액 선두 자리를 내주며 '리딩금융그룹' 지위가 흔들리게 된 점도 주가부양이 다급한 이유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최근 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대형 인수합병도 검토하면서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보여 신한금융지주와 빠르게 격차를 줄였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 연임이 결정된 뒤 기자들과 만나 "고객과 주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금융이 되겠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경영전략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