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019년 12월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에서 청와대 출신들의 총선 공천를 놓고 갈등의 조짐이 보인다.
1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청와대 출신의 출마 예상 인사가 많아지면서 공천 과정에서 공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출신으로 출마가 예상되는 인원은 수석부터 비서관, 행정관급까지 모두 60여 명으로 파악된다.
16일이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인 만큼 청와대 출신 인사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천 과정에 뛰어드는 청와대 출신 인원이 최대 70여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바라본다.
19, 20대 총선 때 당시 정부의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각각 10명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의 청와대 출신 출마 예상 인원은 이례적으로 많다.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청와대 출신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청래 전 의원은 6일 MBC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출연해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와 관련해 “정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당에서도 사실은 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을 놓고 당내 불만이 불거지는 이유는 이들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은 정치신인 가산점을 받는 데다 경선에 큰 영향을 주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를 희망하는 지역구의 현역의원으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서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청와대 출신 인물은 서울 성북갑의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 서울 동작갑의 김성진 전 사회혁신비서관, 경기 남양주을의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전남 나주·화순의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 등이 있다.
전략공천 과정에서도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이 주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 공천돼 ‘꽃가마’를 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관의 지역구를 놓고 청와대 출신 출마자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크다.
‘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은 박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정 또는 고양병에 출마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청와대 출신 출마자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후보자의 경력이나 선전 문구에 문 대통령의 이름이나 청와대 이력 기재를 금지하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경선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세에 기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구체적 논의가 시작되려면 먼저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해야 한다. 선거대책위원회는 설 전에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내 주요 인사들은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이 공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선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6일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청와대 출신이라고 특혜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