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이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사모펀드와 협력을 통해 성과를 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꺼낼 수 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사모펀드들로부터 컨소시엄을 함께 구성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IMM 프라이빗에쿼티 등과 푸르덴셜생명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예비입찰은 이르면 16일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이 사모펀드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을 롯데카드 인수전과 비슷하게 끌고 가보겠다는 신호일 수 있다.
손 회장의 처지에 보면 롯데카드 인수전과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롯데카드와 푸르덴셜생명 모두 인수가치가 높고 경쟁자가 많다는 점,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강화를 위해 인수가 필요하지만 단독 인수에 나서기엔 가격이 높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손 회장은 롯데카드 인수전 당시 우리은행과 MBK파트너스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하나금융지주, 한앤컴퍼니 등을 제치고 롯데카드 지분 80% 인수에 성공했다.
MBK파트너스가 지분 60%를, 우리은행이 지분 20%를 보유하고 MBK파트너스가 지급하는 인수대금에 우리은행이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인수금융 주선을 통해 이익을 얻으면서도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을 되팔 때 기존 관계를 토대로 한 우선매수권을 어느 정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 회장이 매우 좋은 판단을 내렸다고 업계는 봤다.
손 회장이 이번에 협력을 제안한 사모펀드에 인수금융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얻었던 이익과 같은 형태의 이익을 한 번 더 얻을 기회를 맞은 셈이다.
사모펀드로서도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가 향후 지분을 모두 매입한다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면 안정적 투자로서 협력을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우리금융지주와 사모펀드의 컨소시엄이 구성되더라도 인수 가능성은 롯데카드 인수전 때보다는 낮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와 사모펀드가 손을 잡는다고 해도 자본력에서 KB금융지주를 넘어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의 전신인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최근 4년 동안 대형 인수합병이 없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이 평소 가장 먼저 인수할 대형 금융회사로 증권사를 꼽아왔지만 푸르덴셜생명은 노릴 만한 가치가 있는 매물로 여겨진다.
안정적으로 순이익을 내고 있는 데다 재무구조가 탄탄해 저금리 환경과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보험회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 규모 11위, 순이익 5위로 집계됐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불할 능력을 뜻하는 지급여력(RBC)비율은 505.13%로 업계평균 296.1%를 크게 웃도는 1위다. 예상 매각가는 2조 원대로 추산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전략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지주사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다양한 금융회사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