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원태 회장 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며 “구체적 만남의 시점이나 논의내용 등을 밝힐 수는 없지만 추후 협의가 완료되면 합의사항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에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만남을 진행하는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파악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도움 없이는 한진칼 등기이사 연임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남매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3월23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등기이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하기 위해 추가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한진칼 주요주주의 지분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전무가 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31%를 쥐고 있다. 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17.29%, 델타항공이 10.0%, 반도그룹이 6.28%를 들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아직까지 조원태 회장의 경영에 반대하며 다른 주주들과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만나 구체적 요구사항을 듣고 경영과 관련한 논의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법률대리인을 내세워 조원태 회장을 향해 조양호 전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면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해 경영권을 다투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해 11월 있었던 한진그룹 임원인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들이 배제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당시 한진그룹 인사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조병택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이 승진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측근들을 복귀시키는 논의가 오고갈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현아 전 부사장만 홀로 복귀한다면 효율적 업무수행을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배치되지 않으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고립돼 남매 갈등이 다시 촉발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게열사 한진의 사장이 공석으로 있는 이유가 조현아 전 부사장을 염두에 뒀던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와 한진으로 복귀하는 내용도 논의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있었던 한진그룹 임원인사 발표에서 대한항공, 한진칼,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의 주요기업은 사장이 임명됐지만 한진은 사장 인사가 나지 않았다.
한진은 서용원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 3월 주주총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항공전문가들은 남매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대체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경영을 맡고 있었을 당시 좋은 실적을 거두었던 것을 그 근거로 꼽는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있었던 2013년에 칼호텔네트워크는 매출 855억3600만 원을 보이며 2012년보다 47.1% 오르는 실적을 보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코넬 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으며 전문분야를 다져왔다”며 “호텔경영이나 기내식 사업에서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조원태 회장과 공동경영을 논의한다면 아무래도 그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성과를 보였던 분야를 맡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