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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진 KCC 회장. |
정몽진 KCC 회장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 회장은 삼성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경영권 분쟁에서 삼성그룹 백기사로 참전했는데 삼성물산 자사주를 넘겨받아 큰 손해를 보고 있다.
KCC의 경영실적도 부진해 정 회장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있다.
◆ KCC 주가급락, 실적부진에 투자손실
KCC 주가가 10일 직전 거래일보다 7만1500원(15.13%) 급락한 40만1천 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52주 신저가다.
KCC 주가가 급락한 이유는 KCC가 직전 거래일인 7일 부진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KCC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579억700만 원, 영업이익 825억5300만 원, 당기순이익 561억1400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14.8%, 당기순이익은 19.7% 줄어든 수치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의 업황침체에 따른 자동차, 조선 등 도료부문의 수요부진과 2분기 유가의 상대적 강세로 원가율이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KCC 주가가 급락한 데는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정 회장이 KCC에서 인수한 삼성물산 자사주에서 큰 손해를 본 점도 작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돕기 위해 KCC를 통해 6월10일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자사주 899만주(5.76%)를 1주당 7만5천 원, 모두 6743억 원에 사들였다.
정 회장이 KCC에서 투입한 6743억 원은 지난해 KCC가 기록한 영업이익 2733억 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1천 원(1.91%) 떨어진 5만1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KCC는 삼성물산의 주가하락으로 2130억 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KCC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 이후 제일모직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큰 손해를 입고 있다.
KCC는 제일모직 주식 1375만 주(지분 10.19%)도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 주가도 합병안 통과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 사장이 삼성그룹 백기사로 나선 6월10일 당시 제일모직 주가는 17만4500원이었으나 10일 현재 15만500 원까지 떨어졌다.
KCC는 두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에 제일모직 주식에서도 3163억 원의 평가손실을 본 셈이다.
KCC는 최근 두 달 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서 모두 5293억 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 KCC 향후 실적도 우려
KCC의 향후 실적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KCC는 페인트 등 도료업이 본업인데 조선과 자동차업황이 부진하고 세계 경기가 부진해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 회복세가 미약해 도료 수요성장률 정체가 예상된다”며 “KCC의 2015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 -9%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MBA과정을 마친 다음 귀국해 KCC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정 회장은 KCC의 본업인 도료업과 별개로 주식투자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정 회장은 2008년 만도를 되찾기 위해 한라그룹이 결성한 한라건설컨소시엄에 2670억 원을 투자했다. 정 회장은 이후 지분을 정리해 3년 만에 514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정 회장은 2003년 매입했던 현대차 지분 일부를 2011년 11월 2397억 원에 매각해 5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만도 지분을 인수하고 “KCC가 투자해서 손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며 “적절치 못한 투자로 손해라도 나면 배임죄로 걸리기 때문에 절대로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인수에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어 그동안의 명성에 금이 갔다.
KCC는 1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 4.2%, 현대자동차 0.32%, 현대산업개발 2.5%, 현대종합상사12%, 한라11.43%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이 주식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