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열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대형로펌들과 방어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이 두 은행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제재심을 대심제로 열면서 대형로펌이 은행장 징계수위 결정 등 쟁점사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늘고 있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 광장, 율촌 등 7개가량의 로펌이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로펌들은 피해자 소송, 금융당국 제재 등을 분야별로 맡고 있으며 전담팀의 구성원 상당수가 금융당국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로펌과 함께 기관 제재보다는 은행장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해 기관 중징계는 피할 수 없는 만큼 제재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26일 두 은행에 사전 통보한 제재내용에는 두 은행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등 주요 임원에게 모두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영업정지 이상의 기관 제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다만 방어논리를 세울 수 있는 은행장 제재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기관 제재에는 인가취소, 영업정지, 기관경고, 기관주의가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의 내부통제 미흡이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때와 다르다는 논리를 펼 수 있다.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배당사고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는 마련된 내부통제 기준의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위법에 이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두 은행과 금감원이 은행장 제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로펌들도 제재심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 제재심이 대심제로 열린다는 점에서 로펌은 앞으로 단순 법률자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대심제는 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처럼 진행되는 심의방식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원고인 금감원 검사부서와 피고인 제재 대상자가 동등한 진술기회를 가지고 판결 권한을 지닌 금감원 제재심 위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제재 대상자는 법률 대리인과 제재심에 동반 참석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로펌 관계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금감원 제재심은 재판이 아니지만 로펌들이 사실상 재판에서처럼 변호인 역할을 맡는 셈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파생결합펀드 사태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사실을 로펌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서 은행장 제재 수위가 낮아진다면 로펌들이 향후 금감원 제재심에서 핵심적 역할로 떠오를 수 있다"고 바라봤다.
금감원은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지난해 4월 제재심 운영방식을 ‘순차진술제’에서 대심제로 바꿨다. BNK부산은행의 엘시티 부당대출, 삼성생명의 유령주식 배당사고 등이 대심제로 열린 제재심을 통해 징계가 확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