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연임을 결정지은 만큼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되면 최대 수조 원대의 사업자금을 확보해 성장을 앞당기며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목표에 더욱 크게 기여할 수 있다.
26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신청일정은 내년 초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가 7월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신한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아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조건인 자기자본 4조 원을 맞춘 지 수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예상보다 속도가 늦어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는 시기를 정해놓고 추진하지는 않았다"며 "신규사업인 만큼 연말보다는 내년 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에 특별한 애착을 지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처음에는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 계획을 반대했지만 조 회장이 자본 확충과 미래 성장계획 등을 놓고 이사회를 설득한 끝에 결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내년 초 임기 만료와 채용비리 재판 선고 등을 앞두고 있어 거취가 불투명해 신한금융투자의 인가 신청이 미뤄진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초대형 투자은행 진출은 조 회장이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과제인 만큼 조 회장이 계속 사업을 주도하며 이끌어가야 추진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최근 조 회장의 연임을 결정해 초대형 투자은행 키우기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조 회장은 회장후보 면접 과정에서도 이사회에 중장기 사업계획을 제시했다고 밝혔는데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신청과 그 뒤의 계획도 내놓았을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그룹이 목표로 하고 있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와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기조에서 신한금융투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통해 수조 원대에 이르는 사업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로 단기간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특히 신한금융의 그룹 차원 협업체인 매트릭스조직에서 글로벌 투자은행(GIB)부문이 핵심인 만큼 신한금융투자가 다른 계열사의 동반성장을 이끄는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신한금융투자가 사업자금을 확충해 해외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상장주관, 금융주선업무 등에 더 활발하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하나금융투자도 이르면 내년에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신한금융투자는 경쟁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분기말 기준 3조4300억 원인데 신한금융투자와 같이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4조 원까지 늘린다면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다.
현재 국내에서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받은 곳은 모두 5곳인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3곳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이런 과점체제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비교적 일찍 초대형 투자은행 승인을 받으면 국내 상위권 증권사로 도약할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조 회장이 앞으로 3년 임기 동안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갈 비전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 투자은행 진출은 미래 성장을 위한 주요 변곡점으로 꼽힌다.
정부도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의 초대형 투자은행 진출을 반기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투자가 큰 어려움 없이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내년 1월22일 나오는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신한금융투자의 인가 신청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증권도 과거 금융당국에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신청했지만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재판과 관련한 리스크를 지적받으며 심사가 보류된 사례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