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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재반격에 나서면서 형제 다툼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인다.
◆ 신동주의 반격 “아버지는 신동빈 추방 의지”
신동주 전 부회장은 30일 니혼게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품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또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교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27일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에 대한 해임건과 관련해 “내가 무리해서 신 총괄회장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니다”라며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는 지시를) 듣지 않아 일본에서 결정을 전하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신 전 부회장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해 영구추방을 당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이후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해임당한 것이 신동빈 회장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통합경영을 한다는 것을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를 만나지도 않고 사퇴를 하지도 않자 아버지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해 직접 일본을 방문했다”며 “총괄회장은 일관되게 아키오(신동빈 회장)을 쫓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이 27일부터 이틀 동안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침묵을 깨고 다시 포문을 열면서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은 정면충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롯데그룹 “신동빈이 아버지에게 거짓보고 없다”
롯데그룹도 30일 신 전 부회장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한 입장자료를 내 조목조목 반박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한 것은 일본 롯데그룹의 실적부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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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사업 관련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과 관련해 “보고가 누락되거나 거짓보고가 있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주총 우호지분과 관련해서도 “자세한 지분내역에 대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밝힐 것”이라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한 결정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지시했다는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우신 총괄회장님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 신격호, 형제의 난 정리할 수 있나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 등의 해임 건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긴급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퇴진시킨 대목을 문제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일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공세를 펼치며 정관개정을 이유로 주총을 소집해 이사교체를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를 의심치 않고 있다. 신 회장은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으며 우호지분이 최대 70%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주총 표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양쪽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한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비상장회사여서 정확한 지분구조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분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만큼 경영권의 향배가 어느쪽으로 향할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형제간 다툼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명확히 드러나게 될지도 주목된다. 형제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신 총괄회장의 뜻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형제간 분쟁도 신 총괄회장이 과거 무소불위의 카리스마를 보였던 시절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신 총괄회장이 이미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해 사태가 이토록 악화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그룹 형제 갈등이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롯데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라며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후계구도의 판세를 가르는 핵심열쇠가 될 것”라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29일 한국에 들어와 머물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주주들과 이사들의 세력을 결집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체류하고 있다. 신 회장도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