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에 대응해 내놓은 규제 강화조치가 파격적이2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과 사모펀드 운용사 등이 금융당국의 규제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으며 투자도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은 위원장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해햐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17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관련 투자자 보호조치가 금융회사 전반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투자상품 설계와 판매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은행과 보험사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를 넘는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사모펀드 투자자 조건도 강화됐고 파생상품 손실과 같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하면 금융회사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내용이 포함돼 시장이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대부분의 투자상품을 규제한 것은 예상과 다른 파격적 조치"라며 "은행과 증권사 등의 수수료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는 경기침체와 저금리기조에서 이자수익 감소세를 피하기 어려워지자 수수료 수익을 늘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상품 판매를 확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의 사례가 나타나자 은 위원장이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은행과 사모펀드 등을 상대로 한 지나친 규제가 금융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는데 결국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강경한 조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규제 강화로 금융산업에 나타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사의 투자상품 판매 확대는 비이자이익 확대의 중요한 요인이었는데 이번 개선방안 발표로 상품 공급이 축소되면서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융회사는 일제히 비이자이익을 늘려 수익원을 다각화하면서 저금리기조에도 실적을 방어해 왔는데 투자상품 설계와 판매가 어려워지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모펀드 운용사도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 투자에 훨씬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은 위원장은 은행이나 사모펀드 운용사 등이 중소기업과 핀테크 등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모험자본 활성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앞세워 추진해 왔는데 자칫하면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모험자본은 현실적으로 금융회사 측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 모험자본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규제에 은행 등 금융회사의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정부가 모험자본 투자 확대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등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 판매를 제한한 것이 아니고 사모펀드도 일반 투자자의 투자 참여만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놓은 조치가 금융당국의 모험자본 육성정책에 걸림돌이 되거나 금융회사의 실적에 악영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 위원장도 투자자 보호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사모펀드 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자율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제도 개선방안은 앞으로 금융협회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앞으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이 은행이나 사모펀드 운용사 등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소비자 보호조치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금융위의 이번 규제가 파생상품 손실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적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은 위원장은 15일 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는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다 바다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금융회사의 상품 판매범위를 점차 넓힐 가능성을 열어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