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보유지분을 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까?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에 올라 있지만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은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이 신주를 발행하면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12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일단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11.12%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지분과 관련해 특별히 논의한 내용이나 계획을 세운 것이 없다”며 “당장 지분 매각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러한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는 매각구조의 큰 틀을 짜는 작업도 박 회장이 배제된 채 진행됐다.
금호석유화학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도 희석된다. 이런 방안이 나왔음에도 박 회장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이날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경영 정상화가 돼 보유주식 가치가 오르기를 기디리는 것만이 사실상 박 회장의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 규모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 지위를 내놓을 가능성마저 존재하지만 박 회장이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전략적투자자로서 아시아나항공에 자기자본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직접 소유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20%까지 소유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금호석유화학이 2대주주 자리에서 밀려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금호석유화학의 보유지분을 적극적으로 사들일 필요성은 낮다. 3자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만큼 컨소시엄은 금호산업 및 산업은행과 유상증자 규모를 논의하는데 주력할 공산이 크다.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 수록 보유지분의 가치는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지분 11.12%가 적은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5% 이상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박 회장은 감사청구권을 앞세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명분이 많지도 않다.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박 회장에게 기대됐던 ‘호남정서의 백기사’ 역할도 예전같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호남지역에서 생겨날 수도 있는 반감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짝짓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광주에서 태어난 ‘호남 금융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정상화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점까지 기다린 뒤 지분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