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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놓고 엘리엣매니지먼트와 벌인 표대결에서 승리했다.
애초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초박빙의 표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낙승을 거뒀다. 그러나 단 2.86% 포인트 차이로 합병을 통과시킨 점을 감안하면 힘들게 겨우 이긴 ‘신승’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이 배당을 늘리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당근책을 내놓아 소액주주를 결집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붙잡은 것이 이번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 합병안을 찬성 69.53%(9202만3660표), 반대 30.47%(4033만2140표)로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참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불과 2.86% 포인트 차이로 통과에 성공한 것이다.
승리의 향방은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갈랐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삼성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13.82%) 삼성물산 자사주를 넘겨준 KCC(5%) 국민연금(11.21%)를 포함해 30% 수준의 찬성표를 들고 있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9.14%)들이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합병안에 거의 20% 가까운 표를 추가로 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까지 나서 해외투자자와 소액주주 설득에 나섰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APG) 아시아 지배구조 담당이사를 만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등을 설명하는 등 직접 설득을 했다. 최치훈 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이런 과정에서 특히 싱가포르투자청(1.47%), 사우디통화국(1.11%), 아부다비통화청(1.02%) 등 아시아 국부펀드들의 지지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줄기차게 설득에 나선 점도 주효했다. 삼성그룹은 마지막 순간까지 표대결이 초접전양상으로 펼쳐지자 삼성물산 직원을 총동원해 소액주주 접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위임을 받거나 주총장 참석을 요청했다. 삼성그룹은 전체 지분의 10% 정도의 위임을 받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데 삼성그룹이 펼친 애국심 마케팅도 한몫했다.
삼성그룹이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를 설득하는 데 내놓은 무기는 주주친화정책이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가 되는 만큼 배당을 확대하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약속했다.
삼성그룹은 특히 거버넌스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사외이사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으로 구성하되 외부전문가 1명은 투자자의 몫으로 내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주총 이후 “이번 합병을 계기로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약속 드린 주주친화정책도 차질없이 시행해 나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경영해 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