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는 증권업, 보험업 등 금융업 전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독자적 계좌발급과 금융상품 판매 등이 가능한 종합지급 결제업까지 진출하면 '작은 은행'으로서 역할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28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30일 은행권 시범 도입을 앞둔 오픈뱅킹의 최대 수혜자는 카카오페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가 오픈뱅킹 도입으로 적자의 주요 원인인 은행결제망 이용 수수료를 대폭 줄이고 종합지급 결제업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뱅킹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계좌 접근을 허용하고 결제망을 개방하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오픈뱅킹이 이뤄지면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은행이나 핀테크회사의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계좌조회, 이체 등과 같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페이는 오픈뱅킹 도입으로 국내 1호 종합지급 결제업자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오픈뱅킹 도입 계획을 내놓으며 관련 규정을 개정해 종합지급 결제업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종합지급 결제업자는 은행 인가 없이도 자체적으로 계좌를 발급하고 관리할 수 있는 데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 ‘작은 은행’, ‘결제전문은행’ 등으로 불린다.
다만 정식 은행이 아닌 만큼 대출과 이자지급 등의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가 종합지급 결제업자 자격을 얻더라도 카카오뱅크와 업무상 부딪힐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인 셈이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은행결제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금 이체가 가능해지면 종합지급 결제업자 자격을 가늠할 기준은 고객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카카오의 지원 아래 웬만한 금융회사보다 나은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금융위가 제시할 기준을 통과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회사로 여겨진다.
카카오페이는 종합지급 결제업 진출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다.
자체 발급한 계좌로 고객의 돈을 모아 이를 금융상품 판매와 중개로 연결하면 지금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에 충전되는 금액은 카카오페이의 주거래 은행에 일시적으로 예치되는 형태로 추정된다.
고객의 돈이 송금되거나 카카오페이 투자 상품 등으로 이체될 때마다 은행결제망 이용수수료가 발생한다.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투자나 보험 상품도 직접 개발한 상품이 아닌 만큼 현재 상태에서 카카오페이의 수익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가 증권업, 보험업 진출 등으로 카카오페이의 수익 다각화를 시도하는 이유도 이러한 수익성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급격한 외형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수익성은 마케팅비 증가 등으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매출 695억 원, 영업손실 965억 원을 냈다. 2017년보다 매출은 7배 가까이 커졌지만 영업손실도 3배 넘게 불었다.
카카오페이가 종합지급 결제업에 진출해 금융상품 판매에 나선다면 전통 금융회사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가 탑재된 카카오톡 플랫폼의 영향력은 역사상 흔치 않은 수준으로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플랫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가 금융상품 판매채널로 확장한다면 기존 금융회사 판매조직은 예상하기 힘든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금은 오픈뱅킹 인프라에 관한 서비스 안정성 확보와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종합지급 결제업은 향후 금융당국에서 더욱 구체적 방향성이 나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