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은폐로 시중은행이 입을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KDB산업은행이 유상증자 등으로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시중은행이 손실을 대비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크게 줄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우조선해양에 21조7천억 원 규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두고 있다. 위험노출액은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이 생긴 빚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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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호 하나은행장. |
이 가운데 시중은행은 전체 위험노출액이 약 3조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농협중앙회가 짊어진 18조3천억 원보다 규모가 작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위험노출액이 각각 8580억 원과 3180억 원이다. 두 은행이 올해 안에 통합하면 1조1천억 원대로 증가한다.
KB국민은행(9570억 원), 우리은행(6600억 원), 신한은행(4270억 원) 등이 뒤를 잇는다.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면 금융기관 부채가 동결된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들은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는 충당금이 전체 위험노출액의 20%까지 급증해 순이익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보다 낮은 수준인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조선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선박을 만들 때 받은 선수금에 대해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는 절차를 받기 힘들어져 정상적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이를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도 자율협약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채권금융기관과 기업이 자발적으로 자금지원과 구조조정 등에 대한 포괄적 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은행은 이 과정에서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갈 경우 시중은행이 떠안을 재정적 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다면 시중은행이 쌓는 충당금은 전체 위험노출액의 약 5~10%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호 연구원도 대우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받을 경우 시중은행이 약 2474억 원의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시중은행의 올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 6조8천억 원의 2.7%를 차지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워크아웃이나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대신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등으로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지금의 사태도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가까워 보인다”며 “시중은행이 손실을 부담하는 것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2대 주주인 금융위원회가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