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까?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아직까지 투병중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4%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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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삼성물산 임시주총은 17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다. 제일모직도 이날 같은 시각에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서 임시주총을 진행한다.
두 회사의 운명은 삼성물산 주총에서 결정된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주총 안건은 3가지다.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개정의 건 ▲주총을 통해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놓고 중간배당을 현물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개정의 건이다. 합병승인 외에 나머지 2개의 안건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제안한 것이다.
주총 개회에 앞서 오전 7시부터 주주입장과 명부확인의 절차를 거친다. 다만 주주들이 개회시간에 임박해 입장할 경우 일정이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주총결과는 이르면 10시를 전후해 나올 수 있으나 찬반표결을 앞두고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소액주주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할 경우 폐회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서 표대결이 초박빙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건희 회장의 의결권 행사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괄적 위임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포괄적 위임이란 지정된 대리인에게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은 올해 들어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총에서도 포괄적 위임방식으로 표결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무게는 다르다. 기존 계열사 주총에서 형식적 찬반결정이 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삼성SDI(7.39%), 삼성화재(4.79%), 이건희 회장(1.41%) 등 계열사와 특수 관계인까지 합쳐 13.92%에 불과하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선 KCC 지분과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입장을 정한 국민연금, 그밖의 연기금 등을 더하면 우호지분은 42.12%다.
주총 참석률이 80%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합병안이 가결되려면 3분의 2인 최소 53.33%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삼성그룹은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어서 이 회장의 의결권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포괄적 위임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놓고 법조계 일각에서 다른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상법상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면 서면 또는 위임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서명 날인 등의 의사표시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포괄적 위임은 대법원 판례에서 허용된 것으로 기간도 제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 주총을 앞두고 이 회장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지난해 이 회장이 보유지분에 대해 포괄적 의결권 위임을 했다”며 “이는 법률적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생명 등의 주총에서도 포괄적 위임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이서현 사장 등도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 주총에서 같은 방식으로 의결권을 위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위임은 주총 의결권 행사 외에도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재벌기업에서 일종의 관행처럼 처리해 왔다. 그룹 규모가 큰 재벌기업 총수들이 일일이 사안별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실무진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포괄적 위임이 때로 의사결정의 책임소재를 놓고 법률적 쟁점이 됐던 적도 있다.
2012년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차명소유 회사의 부채를 떠넘겨 계열사에 2800억여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포괄적 위임이 핵심쟁점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