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해 KDB생명보험의 가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보통 인수합병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매각가격을 놓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지만 KDB생명은 최저가격과 최대가격의 차이가 무려 4배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공적자금의 규모, 보험시장의 업황, KDB생명의 경쟁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이동걸 회장이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매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 상황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국내 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 중국계 금융회사 등에게 KDB생명 투자설명서를 보냈다.
KDB생명 매각이 추진되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그동안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하면서 이번에는 팔릴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특히 가격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가격을 놓고도 워낙 많은 말이 나오고 있어 어느 정도의 가격에 매각될지 추정조차 어렵다.
이 회장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8천억 원이다. 이 돈을 모두 돌려받으려면 8천억 원에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8천억 원은 불가능에 가까운 금액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생명보험업계 1위와 2위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주가 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44배, 0.17배에 그친다. KDB생명의 2분기 말 기분 자본총계가 1조 원 수준인 만큼 업계1위 삼성생명만큼의 PBR을 적용해도 몸값이 4400억 원 수준이다.
시장에서 생명보험사를 보는 시선도 싸늘하다.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KDB생명은 자산 기준 업계 13위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지난 몇 년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영업력이 많이 훼손됐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 KDB생명의 상반기 기준 시장 점유율도 2.6%에 그쳤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6천억 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정재욱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에게 매각금액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 성과급은 주당 7천 원 이상에 매각하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상 지분 8800만 주를 주당 7천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KDB생명의 몸값은 620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희망사항일뿐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금액이다. 이동걸 회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국감에서 KDB생명 사장 등에게 지급하기로 한 성과급과 관련해 “현재 각각 30억 원, 15억 원 얘기가 나오는데 매각가격에 따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금액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이라도 받으면 다행인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매각가격을 추산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이 회장이 KDB생명 매각가격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만큼 마음 먹기에 따라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출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조금 더 받겠다고 안고 있는 것보다는 원매자가 있을 때 파는 게 낫다”고 밝혀왔다.
산업은행이 이런 태도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매각이 추진됐던 2016년에도 산업은행은 ‘본전 찾기’보다는 매각 자체에 방점을 찍고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그럼에도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중국계 사모펀드가 제시한 가격이 산업은행의 예상보다 크게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생명보험의 경영상태나 재무구조가 당시보다 개선된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당시 중국계 사모펀드가 4천억 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시장에서 2천억 원까지 말이 나오는 걸로 봐서 파격적 수준의 가격대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은행이 2천억 원에 KDB생명을 매각하려 한다는 보도가 한 매체에서 나왔으나 산업은행은 이를 바로 부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