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이 내년에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해상의 실적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 주가마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이 부회장이 연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다만 보험업황 악화로 대표이사를 변경하기 조심스럽다는 점, 이 부회장이 단독으로 이끈 하반기 현대해상의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은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현대해상의 실적 악화와 주가 부진으로 내년에도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20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대해상의 실적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크게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해상은 2019년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2822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보다 21.4% 줄어드는 것이다.
2018년에도 별도기준 순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24.1% 줄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해상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2년 만에 반토막 가깝게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진 주가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24일 현대해상 주가는 2만6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주가가 4만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 넘게 떨어진 것이다.
현대해상의 실적 악화와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는 보험업황 부진,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장기 인보험부문 경쟁력 약화 등이 꼽힌다.
현대해상의 3분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3%, 장기 위험손해율은 95.2%로 추정됐다. 1년 전보다 각각 4.4%포인트, 11.9%포인트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사업비율도 21.2%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보험업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아 현대해상의 보험영업지표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부회장이 1950년 태어나 경쟁회사 대표이사들과 비교해 나이가 많다는 점도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같은 업계의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1957년에 태어났고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과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3년 출생이다.
다만 보험업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안정적 인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도 있어 이 부회장이 연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해상이 2013년부터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온 만큼 내년에도 이 부회장에게 자리를 맡기고 다른 대표이사를 뽑아 2명의 대표이사를 둘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다음 대표이사 후보로는 조용일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박찬종 현대해상 사장과 2013년부터 각자대표체제로 함께 현대해상을 이끌어왔는데 7월1일 박 사장의 사임으로 홀로 현대해상을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단독으로 현대해상을 맡은 하반기에 현대해상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도 연임에 긍정적이다.
현대해상의 별도기준 순이익은 상반기에 1년 전과 비교해 36.1% 떨어진 반면 하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 연임 및 신규 선임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후보군을 추린 뒤 이사회에 보고하고 매년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1986년 현대해상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2007년에 현대해상 대표이사를 맡아 3년 동안 일한 뒤 현대해상 자회사 5곳의 이사회 의장을 지내다가 2013년에 현대해상 대표이사 사장으로 복귀했다. 2016년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