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아픔을 느낀다. 우리은행이 조금 더 나은 대책을 내놓겠다.”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대책을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정채봉 우리은행 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이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객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거듭 사과했지만 고객 구제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우리은행의 2인자로 꼽히는 정 부문장은 이날 오후 2시20분경 국정감사장에 나타났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국정감사장에 입장한 반면 정 부문장은 안내하는 우리금융그룹 직원들을 뒤에 남겨 두고 국정감사장에 들어섰다.
정 부문장은 국장감사장 입구에서 예금보험공사 지인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하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정 부문장은 국정감사 내내 우리은행을 대표해 파생결합펀드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여러 번 사과했다.
증인석에서 두 손을 모은 공손한 자세로 서서 고객의 피해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거나 “뼈저린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등 사과의 말로 모든 증언을 시작했다.
정 부문장은 우리은행 위례지점에서 독일국채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를 구매한 피해자가 참고인으로 나와 증언을 할 때는 고개를 숙이며 침통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고객 구제를 놓고 구체적이고 능동적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정 부문장은 파생결합펀드 손실 전액을 보상할 뜻이 있냐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과 경영진 책임을 묻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말했다.
정 부문장은 우리은행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아닌 만큼 원론적이고 수동적 답변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출석하지 않은 점을 놓고 “행장을 나오라고 했더니 두 은행에서 너무 열심히 방어해서 부행장 분들이 나오셨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정 부문장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고객 구제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우리은행이 고객들을 상대로 적극적 방어를 할 것이냐고 묻자 정 부문장은 “아닙니다”라고 답변했다.
금융당국은 파생결합펀드와 관련해 은행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모두 실무진 처벌로 이번 사태를 종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윤 원장은 이례적으로 국회의원의 증인 질의 도중에 발언권을 얻어 “두 은행이 상품설명서에 원금 손실가능성을 고시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부문장은 1960년 8월8일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목포상고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동국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78년에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4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근무해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