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그리스 사태와 공급과잉 등으로 하락조짐을 나타내면서 국내 정유업계도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정유회사들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으로 최악의 실적을 낸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또 다시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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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과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
SK이노베이션 주가는 8일 전일 대비 4.85% 하락한 10만8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쓰오일 주가도 이날 6만800원으로 3.80%나 떨어졌다.
GS칼텍스의 최대주주인 GS에너지를 거느린 GS 주가는 4.71%,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둔 현대중공업 주가도 0.88% 하락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해 3개월 사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6일 7.73% 급락했고 7일도 0.38% 떨어졌다. 유가는 6월까지만 해도 60달러 안팎에서 오르내렸는데 이제 50달러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가가 다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이란 핵협상 타결 ▲중국경기 둔화 ▲그리스 사태 ▲미국 셰일가스 생산 회복 ▲석유수출기구 생산량 증가 ▲헤지펀드 매수량 축소 등 6가지를 꼽았다.
국내 정유회사들은 지난해 유가가 급락하며 최악의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37년, GS칼텍스는 6년, 에쓰오일은 34년 만의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를 지킨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다.
정유사들은 올해 들어 유가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경영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2분기 SK이노베이션이 최대 8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정유4사가 모두 2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2011년 정유업 호황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유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유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린 원동력은 높은 정제마진이었으나 최근 정제마진도 하락했다.
제품가격과 수입원유가격의 차이로 정유사 수익성의 척도가 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5~6월 두 달 동안 8달러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1일 기준으로 배럴당 6.1달러를 기록해 1월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업계 관계자들이 보는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 4~5달러 수준이다.
중국경기 둔화와 그리스 사태로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석유제품 수요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급과잉으로 정제마진이 추가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유가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겹칠 경우 정유사들이 또 다시 어닝쇼크를 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