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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경험'의 애경과 '자금력' HDC현대산업개발 대결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9-09-30 15: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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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10월 말 이뤄진다.

현재 적격 인수후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과 애경그룹이 '2강'으로 평가받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경험'의 애경과 '자금력' HDC현대산업개발 대결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깜짝' 인수후보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두 곳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4곳의 인수후보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두 곳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애경그룹은 ‘경험’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자금력’을 갖추고 있다.

애경그룹은 규모와 자금력에서는 다소 뒤처지지만 경험에서만큼은 무시하기 어려운 인수후보다.

실제 항공업은 환율이나 국제유가 등 대외적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 산업이다. 국제유가에 따라 한 해 실적이 흑자와 적자를 오갈 정도다. 부채비율도 워낙 높고 질병의 전염이나 테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애경그룹 역시 경험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다. 애경그룹은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예비후보 가운데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라며 “제주항공을 성공시킨 저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노선과 기단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13년 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해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며 “국내에 저비용항공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 안전과 서비스 등을 놓고 기존 항공사들의 견제가 심했고 대중의 인식도 좋지 않았다는 점 등을 볼 때 결코 가볍게 보기 어려운 경영능력”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자금력은 갖추고 있지만 경험이 전무하고 딱히 시너지를 낼 만한 사업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당장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선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 말 기준으로 순자본비율(NCR)이 2000%대에 이른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규모가 1조1천억 원가량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최대 2조 원대로 전망되는 데다 현재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점에서 업계는 경험보다는 자금력에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169억 원을 냈다. 2분기 기준 부채규모는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항공업황 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실적을 만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인수한다고 해도 기업가치 개선과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뚜렷한 사업적 시너지를 찾기는 어렵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경험'의 애경과 '자금력' HDC현대산업개발 대결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인수 필요성은 양쪽 모두에게 절실해 보인다. 그만큼 인수전을 직접 챙기는 오너들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그룹의 중심을 유통업에서 항공업으로 옮기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자회사 등을 포함해 16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며 점유율도 국제선 45%, 국내선 48%로 한진그룹을 제치고 점유율 기준 국내 최대 항공그룹이 된다.

애경그룹이 안팎에서 제기되는 ‘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인수전 완주를 향한 의지를 강하고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비슷한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역시 그동안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보여준 의지를 볼 때 이번 인수전을 그 어느 때보다 단단히 준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오른 뒤 20년 동안 레저, 면세, 스포츠 등으로 지속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HDC그룹을 자산 10조 원의 대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정 회장에게도 사업 다각화는 어찌 보면 선택이 아닌 필수다. HDC그룹은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국내 주택사업은 장기적 공급 감소로 불확실성이 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매각주체인 금호산업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올해 안에 주식 매매계약까지 끝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본입찰에서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과 스톤브릿지캐피탈이 대기업과 손잡고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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