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까지 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과 신약허가 사전미팅(pre-NDA)을 시작으로 안정성과 유효성에 관한 검증, 생산시설 실사 등 최종 품목허가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항암제의 미국 FDA 문턱 넘기까지 갈 길 멀다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의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의 문턱을 넘는 최초의 국산 항암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에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전체 결과를 발표했다.

리보세라닙이 경쟁약과 일부 데이터를 비교했을 때 효능이 우수하고 부작용은 낮아졌다는 임상결과가 나오자 30일 에이치엘비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는 등 투자자들부터 반응하고 있다.

진 회장은 2020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를 받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항암제는 없다.

진양곤 회장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암제를 시판하는 국내 최초의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2020년 안에 실현하겠다"며 "지난 오랜시간 동안 많은 어려움을 헤쳐가면서 뚜벅뚜벅 걸어왔듯이 남은 고비도 잘 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보세라닙의 시판까지는 쉽지 않은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진 회장은 현재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 사전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10월24일 미국 식품의약국과 사전미팅을 진행한다.

신약허가 사전미팅은 신약 허가를 신청했을 때 검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약의 유효성, 안전성 결과와 데이터의 통계분석 방법 등을 논의하는 단계다. 사전미팅을 통해 신약 허가를 위한 여러 방향을 검토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단계는 ‘신약판매 승인신청(NDA)’이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의 신약판매 승인신청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치료제는 전체의 14.7%에 이른다. 임상시험 단계보다는 훨씬 높은 성공 확률이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신약판매 승인신청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회사도 있다.

2012년 한미약품으로부터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를 기술이전 받은 스펙트럼은 2018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올해 3월 허가신청을 자진철회했다. 데이터 등 자료보완을 요청받았지만 심사기한 안에 보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아직까지 롤론티스의 허가 재신청을 못하고 있다.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은 임상3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이 임상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이 품목허가를 받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전체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뒤부터 사망에 이른 때까지 걸린 기간을 말한다.

리보세라닙 투약군의 전체생존기간은 5.78개월로 대조군 5.13개월과 차이가 0.65개월에 그쳤다.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위암 치료제 ‘옵디보’와 ‘론서프’는 대조군과 차이가 각각 1.2개월, 2.1개월이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신약을 허가하는 데 있어서 전체생존기간은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이 때문에 다른 결과들이 좋았다고 해도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뿐만 아니라 제조공정 등의 부분도 중요하다.

GC녹십자는 미국에 면역증강제 ‘IVIG-SN’를 수출하기 위해 201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제조공정 등의 문제로 5년째 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남은 절차를 성실하게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원료생산은 물론 의약품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절차도 2년 전부터 글로벌기업과 협업을 통해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