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변 사장은 토지주택공사에서 공공택지지구 안에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 추첨제의 비중을 줄이면서 설계공모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 토지주택공사는 공동주택용지를 추첨제로 주로 공급하고 있다.
건설사 실적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토지공급 입찰을 무작위로 추첨해 공평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건설사들이 이 추첨제 방식의 허점을 이용해 공평성 취지가 무너지고 있다.
이들은 시공능력도 갖추지 못한 계열사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당첨확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동주택용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8월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중흥건설, 호반건설, 반도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등 5곳이 최근 10년 동안 토지주택공사에서 추첨제 분양방식으로 입찰한 공용주택용지 필지 473곳의 30%(142곳)을 확보했다.
일부 건설사들이 편법입찰을 통해 대규모 분양수익을 챙겨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토지주택공사은 몇몇 건설사들의 입찰 독식을 막기 위해 2016년부터 최근 3년 동안 300가구 이상 주택을 지으면서 시공능력을 갖춘 건설사에 1순위 신청자격을 주는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와 관련해 변 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업 1곳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해 너무 많은 택지를 분양받는 일은 문제가 있다”며 “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공동주택용지는 앞으로 설계공모형 공급방식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설계공모는 공공택지 계획에 맞춰 최적화된 설계안을 공모해 선정된 건설사에게 토지공급의 우선권을 주는 방식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행복주택 사업 등에 일부 적용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가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 설계공모의 비중을 높이면 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한 ‘벌떼 입찰’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변 사장도 “땅값을 미리 결정한 뒤 추첨으로 운에 맡겨 용지를 분양하기보다 확정된 값에 더욱 훌륭한 설계안을 들고 오는 회사에게 토지를 분양하는 쪽이 더욱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의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설계공모 방식의 비중이 늘어나면 현재 제기되는 방식의 불공정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며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건설사업을 진행할 때 설계 단계서부터 주변 환경과 시설 등을 맞춰가며 진행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토지주택공사가 공용주택용지 공급의 설계공모 비중을 확대하면 대형 건설사와 중소 건설사의 ‘양극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현 경실련 부동산개혁본부 간사는 “설계공모는 설계와 건설 경험이 많으면서 엔지니어링 관련 계열사의 도움을 받기도 쉬운 대형 건설사에게 매우 유리하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하고 중소 건설사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는 대안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설계공모 확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내용과 관련 발표시기 등은 국토교통부 등과 논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