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부에서는 오성목 KT네트워크 부문장 사장, 이동면 KT미래플랫폼부문장 사장,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 등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통신업계는 바라본다.
외부에서 후보를 찾는 절차가 남았지만 KT 경영진 사이에서는 내부에서 회장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끊어야 한다는 명분도 있지만 KT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KT에서 내부 출신 회장을 선임한다면 무려 11년 만이다.
하지만 그 바람대로 내부 출신 회장을 맞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KT 안팎뿐 아니라 정치권 등에서 KT의 개혁을 위해 외부에서 회장이 선임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KT 새노조는 18일 ‘KT 이사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 눈에는 현재 KT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KT의 미래를 열 신임 CEO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절차로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내부 의견 수렴 과정과 황 회장 경영평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후임자 선출은 ‘황을 위한, 황에 의한, 황의 후계자 선출’이라는 냉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KT의 전현직 임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K-비즈니스 연구포럼은 올해 7월 “회장 선임절차가 바뀌면서 황 회장이 선임절차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KT 이사회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KT 출신 회장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황창규 회장의 신임이 깊다. 구현모 사장은 황 회장 취임 이후 비서실장으로 발탁됐고 이동면 사장은 KT의 연구개발 전문가로서 황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또한 사내이사로서 유일하게 KT 지배구조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김인회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은 황 회장 최고의 복심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다음 회장 도전을 포기한다고 밝혔지만 지배구조위원회가 추천하는 회장후보를 심사하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T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을 외부 출신이 맡았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관료 출신이고 황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이끈 인물이다.
이 전 회장의 선임은 이명박 정부, 황 회장의 선임은 박근혜 정부의 입김이 닿아있다는 등 KT 회장 인사에 정치적 ‘외풍’이 심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황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소위 ‘낙하산CEO'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에 공을 들여왔다.
KT는 2018년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CEO의 자격을 ‘경영경험’에서 ‘기업경영 경험’으로 변경했다. 당시 이를 두고 관료나 정치인 출신 인사가 KT 회장이 되는 일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황 회장은 올해 초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후계자 양성을 위해 사장단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내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회장을 KT 내부에서 배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셈이다.
KT 관계자는 “회장 선임절차는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황 회장은 다음 회장 선임절차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