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과 은 후보자는 앞으로 국내 금융권의 크고 작은 현안을 하나 둘 해결하는 과정에서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 회장과 은 후보자는 과거 경력을 봤을 때 접점이 거의 없다.
은 후보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관료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국제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반면 이 회장은 민간 출신이다.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한림대와 동국대 교수 등을 거쳤다.
둘의 나이 차이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1953년생, 은 후보자는 1961년생으로 둘의 나이 차이가 8살에 이른다. 최종구 위원장과 이 회장의 나이차이는 4살이다.
이 회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을 앞두고 있고 대우건설과 KDB생명보험 등 산업은행에 남아있는 자회사도 매각해야 한다.
특히 대형 조선사에 밀려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과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중형 조선사 5곳(한진중공업·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대한조선·대선조선)의 구조조정 혹은 산업 재편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빅3에서 빅2로 전환되듯 중형 조선사도 조선업 재편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 나왔다.
앞으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전체의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은행 회장이 불협화음을 내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해외에 매각하고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넘기는 등 국내 산업역사에 한 획을 긋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동의와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실패를 놓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했다”고 발언하면서 정부와 산업은행 사이 구조조정을 놓고 파열음이 있었음을 시사한 대목과는 대조적이다.
산업은행은 대규모 자금 투입을 앞둔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도 이끌어야 한다. 현대상선은 2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은 후보자는 모나지 않은 성품으로 알려져 있고 권위의식도 없는 편인 만큼 이 회장과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은 후보자는 최근 이뤄진 인사청문회에서 이미 이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을 놓고 이 회장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KDB생명 매각에 성공하면 사장과 수석부사장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이 회장의 결정을 놓고 “좋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금융권 안팎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은 후보자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의원의 지적에는 “통상 회사가 팔리면 본인 자리가 없어지니 팔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며 “매각이 성사되면 더 줄테니 열심히 하라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 후보자는 이 밖에 아시아나항공은 통매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 역시 이 회장과 같은 의견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종구 위원장이 여러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이 회장을 측면 지원하면서 구조조정 속도가 오히려 눈에 띄게 빨라졌다”며 “은성수 후보자 역시 큰 틀에서 봤을 때 기본적 생각이 이 회장과 비슷하고 실무작업은 전적으로 산업은행에 맡길 것으로 보여 둘이 좋은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과 최종구 위원장은 ‘찰떡궁합’을 보여주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이끌어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아시아나항공이 처음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을 받은 지 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결정됐다. 당시 큰 틀을 잡는 금융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산업은행이 이견 없이 한 목소리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압박한 게 주효했다.
최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유례없이 강도 높은 발언들을 쏟아내며 박 회장을 겨냥했고 산업은행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낸 자구안을 곧바로 언론에 공개하며 물 밑에서 박 전 회장을 압박했다.
최 위원장과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할 때도 한 목소리를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