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사건에 대법원의 유죄 확정이나 마찬가지인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일부 혐의를 파기환송하기는 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등 2심에서 엇갈린 판단이 나왔던 부분이 모두 정리되면서 뇌물죄 등의 유죄가 사실상 확정됐다.
◆ 박근혜 상고심, 2심 판단 그대로 받아들여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의 2심 판결과 결을 같이 하는 판단을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해 쟁점이 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부분은 증거가 될 수 있으나 다른 사람과 독대한 뒤 구술한 내용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1심에서 증거로 인정됐으나 2심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검사는 안 전 수석의 수첩과 진술에 증거능력이 있다며 무죄가 선고된 혐의를 다시 판단해 검사가 항소했다.
대법원도 2심과 마찬가지로 “안종범의 업무수첩은 법리상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해 스스로 경험한 사실을 기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검사의 상고를 물리쳤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213억 원의 뇌물 수수 약속, 말 3필의 보험료 2억여 원에 상당하는 뇌물 수수, 차량과 그 구입대금의 뇌물 수수를 무죄로 판단한 2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또한 대기업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내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손을 들었다. 부정청탁과 대가 관계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출연금을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판단을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을 들어 뇌물죄와 다른 죄를 경합하지 않고 분리 선고해야 한다며 원심판결 중 유죄와 일부유죄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삼성그룹 승마지원에 따른 단순뇌물수수죄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에 따른 제3자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죄,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 출연 강요죄 등이다.
대법원은 “파기되는 부분 중 유죄 부분은 이 판결의 선고로 유죄 판단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환송 후 원심은 환송 전 원심에서 심판한 부분 중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확정되는 나머지 부분 모두를 다시 심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순실 강요는 무죄, 뇌물과 공동정범은 성립
최순실씨의 상고심은 박 전 대통령의 상고심과 다르게 원심과 다소 달라진 부분이 존재한다. 대법원은 2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강요죄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기업에게 미르와 K재단 출연을 강요하거나 특정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요구를 한 것은 강요죄의 성립요건인 협박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만 최씨가 상고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과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는 공동정범 성립 여부와 관계 없다”며 “뇌물이 최씨에게 모두 귀속됐다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제공한 말 세 필을 뇌물로 인정했다. 소유권이 없더라도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있다면 뇌물이 된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삼성이 말을 사주기로 다 결정 났는데 왜 삼성 명의로 했냐”며 화를 냈고 마필 위탁관리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을 들어 삼성측이 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인식이 있었다고 봤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한 것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은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가 없고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며 “경영권 승계작업과 관련한
이재용의 묵시적 청탁과 영재센터 지원금에 대가관계가 있다는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 최씨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으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