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자사주 매각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번 법안 발의는 삼성물산이 엘리엇매니지먼트 반대로 제일모직과 합병에 어려움을 겪자 자사주를 KCC에 넘긴 것도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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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
재계 관계자들은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경영권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10명은 최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영록, 강창일, 추미애, 신정훈, 박영선, 안민석, 박광온, 홍익표, 김기준 의원이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시 자사주를 이용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주 평등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며 개정안 발의배경을 밝혔다.
개정 법안은 상장사가 합병, 분할, 분할합병 등을 추진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거나 주주에게 배분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의 의결권은 제한받지만 인적분할로 지주회사체제가 되면 지주회사로 귀속되는 사업회사 주식의 의결권은 살아난다.
이 원내대표는 “개정안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의 개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주주평등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법안 발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사주 매각 권한을 빼앗겨 기업들의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한국기업들 입장에서 자사주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헤지펀드 등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11일 자사주 5.76% 전량을 KCC에 매각해 제일모직과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맞서 KCC를 ‘백기사’로 확보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해진다.
물론 이번 개정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적용되기 어렵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쟁점으로 부상돼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총회 소집금지 가처분 소송에다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데 대해서도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 19일 법원에서 열린 심문에서 "KCC의 자사주 처분행위는 이사들에게 부여된 자기주식 처분의 권한을 넘어선 불공정한 행위임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합리적 경영판단을 한 것"이라며 "일시적 의결권 제한으로 기존 주주가 이익을 얻는 것은 반사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시민단체들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이번 사례는 지배주주가 상법상 주주평등주의를 무시한 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악용한 사례”라며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도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은 오로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 전체의 재산인 자사주를 오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