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이 알뜰주유소 2부시장 공급자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한화토탈은 삼성토탈 시절이었던 2012년부터 알뜰주유소 2부시장의 공급자를 도맡아 석유공사에 석유제품을 공급해왔는데 정유사업의 안정적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진행될 입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월 안에 6차 알뜰주유소 2부시장의 구체적 입찰조건과 공급규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알뜰주유소는 국내 석유제품시장의 경쟁을 촉진해 석유 가격 안정과 유통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를 말한다.
석유공사는 1부시장을 통해 정유사를 선정하거나 2부시장에서 현물을 구매해 직접 배송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6차 알뜰주유소 1부시장 입찰결과는 7월31일 발표됐지만 2부시장은 아직 입찰공고가 나오지 않았다.
기존 2부시장 공급자는 한화토탈이었으며 9월부터 새 공급자가 2부시장을 맡는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26일을 전후로 2부시장 입찰공고가 나올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한국석유공사의 공고내용을 확인한 뒤 2부시장 입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토탈은 알뜰주유소 2부시장에 휘발유 공급자로서 꾸준히 참여해왔다. 자체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경로는 알뜰주유소뿐이다.
석유제품 판매를 포함한 에너지사업부문 매출이 한화토탈의 2019년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32.6%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뜰주유소는 놓칠 수 없는 안정적 판매처다.
게다가 알뜰주유소를 발판으로 한화토탈이 주유소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대할 여지도 있다. 한화토탈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알뜰주유소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2011년 알뜰주유소 도입 당시 적당한 때에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는데 저유가시대인 지금이 적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2015년에는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민간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알뜰주유소에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운영권을 계속 보유할 정당성이 옅어지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한국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운영권을 유지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 알뜰주유소는 소비자들에게 일반 주유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석유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처럼 알뜰주유소 사업이 앞으로 민간기업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한화토탈이 정유사업자로서의 위치를 지킨다면 알뜰주유소 사업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 사업을 이어받으면 단숨에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주유소 브랜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화토탈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석유화학사업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통해 충분히 저렴한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업부문과의 시너지도 가능하다.
한화토탈은 국내외 석유화학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단일 단지 안에 콘덴세이트분해설비(CFU), 납사분해설비(NCC), 방향족공장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초경질유(콘덴세이트)를 콘덴세이트분해설비에 투입해 경유, 등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과 나프타를 생산하고 다시 나프타를 납사분해설비와 방향족 공장에 투입해 합성수지와 화성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런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원유정제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1970년 미국 유니언오일과 합작으로 경인에너지를 설립하고 정유사업을 시작한 뒤 합작 청산에 따라 한화에너지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조조정 때 현대오일뱅크(당시 현대정유)에 한화에너지를 매각하며 정유사업에서 철수했다.
2014년에는 1·2·3차 알뜰주유소 2부시장에 경유와 휘발유를 공급하던 삼성토탈을 인수했다. 한화토탈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2015년 4차 알뜰주유소 2부시장 입찰을 따내며 16년 만에 정유사업에 다시 진출했다.
당시 한화토탈은 원유정제시설을 만들거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등 정유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석유제품 판매를 주력사업 가운데 하나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