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건강보험상품 판매에 집중하며 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
주력인 종신보험이 비싼 보험료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자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건강보험상품 판매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생명이 건강보험상품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2분기 암이나 치매보험 등 건강보험상품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모든 납입 형태의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 규모는 247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94.4% 늘어났다.
전체 신계약 규모 가운데 건강보험상품의 비중은 51%로 지난해 2분기(30%)와 비교해 20% 넘게 증가했다.
2분기 전체 건강보험상품시장에서 점유율도 9.1%를 차지해 지난해 2분기보다 3.2%포인트 높아졌다.
삼성생명이 올해 초부터 치아보험, 유병자실손보험, 미니암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홍보를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하반기에도 건강보험상품 위주로 여러 상품을 내놓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후 관련 질병과 관련한 건강보험상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영업조직을 강화하고 새 상품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보험 영업환경이 침체되고 있지만 최근 고령화 추세가 빨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치매나 간병과 관련한 건강보험상품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력인 종신보험시장이 높은 보험료 및 인구감소 추세에 발목 잡혀 새 고객을 유치하기가 어려워진 점도 건강보험상품에 주력하는 이유로 보인다.
다만 건강보험상품은 주로 손해보험사가 다뤄왔던 만큼 삼성생명이 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은 설계사 위주로 보험상품 판매를 벌이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종신보험에 특화되어 있는 데다 성과급체계도 종신보험에 유리하게 설정돼있어 손해보험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건강관리서비스나 헬스케어와 연계해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3월 헬스케어와 보험 분야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500억 원 규모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술제휴를 맺거나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성격을 띄고 있다.
최근 건강을 진단해주거나 걸음수를 측정하는 운동측정 애플리케이션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 개발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건강 관련 서비스나 툴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많은 만큼 이를 보험상품과 연계한다면 건강보험상품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은 ‘업계 1위’라는 프리미엄 이미지와 보험사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가장 두둑한 만큼 회사로 꼽힌다”며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치열한 건강보험상품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