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가 신라젠의 ‘펙사벡 사태’로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미뤄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하반기 바이오기업들의 상장을 도맡아 기업공개 실적을 끌어올리고 바이오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뒀던 올리패스의 상장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리패스는 리보핵산간섭(RNA) 현상을 활용한 신약물질 연구개발회사다. 미래에셋대우가 상장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리패스는 7월11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 상장심사를 승인받았지만 한 달이 가까워 오도록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바이오시장의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비 상장심사를 승인 받은 바이오기업이 통상 10일 안에 공모절차에 들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리패스의 상장일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리패스는 바이오시장이 침체돼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안고 있는 만큼 ‘펙사벡 사태’로 바이오기업을 향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자 상장 시기를 미루는 방안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무용성 평가에서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임상 중단을 권고받았다. 무용성 평가는 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본 뒤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평가를 뜻한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신라젠이 임상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바이오업종을 향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반기 증시 전망이 어둡다는 점, 바이오업종을 향한 악재가 이어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리패스는 올해 상장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일 코스피지수는 3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도 4년7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특히 바이오주는 신라젠 '펙사벡 사태'의 영향을 받아 더욱 큰 하락폭을 보였다.
신라젠(29.97%)을 비롯해 셀트리온(-11.01%), 셀트리온헬스케어(-9.50%), 셀트리온제약(-11.88%), 삼성바이오로직스(-7.18%) 등은 52주 신저가를 새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올리패스의 상장이 연기되면 미래에셋대우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공개 실적에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전문성을 트랙레코드(실적)를 쌓겠다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상반기 기업공개 실적 부진을 하반기 올리패스, 보로노이 등 굵직한 바이오기업들의 상장을 주관함으로써 만회하려고 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기업 트랙레코드(실적)도 쌓아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미래에셋대우는 대형 증권사 가운데 바이오기업의 상장을 추진하는 데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올해 바이오기업의 상장을 맡는 데 더욱 공을 들여왔다.
바이오기업을 성공적으로 상장한 경험이 많은 증권사일수록 전문성을 인정받아 앞으로 상장을 하게 될 바이오기업의 상장주관사로 선정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리패스의 기업가치는 약 6천억 원으로 미래에셋대우가 2017년 상장을 맡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 이후 공모금액이 가장 큰 바이오기업이다.
그만큼 미래에셋대우의 기업공개 실적을 끌어올리고 바이오 분야의 트랙레코드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올리패스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져 미래에셋대우로서는 속이 탈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의 ‘펙사벡 사태’로 상장을 추진하거나 고려하고 있던 바이오기업들이 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가 상장을 맡은 또 다른 바이오기업인 보로노이도 아직 공모절차에 들어서지 않은 만큼 바이오시장을 향한 투자심리가 회복된 뒤 상장에 나서기로 계획을 변경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데다 바이오업종을 향한 투자심리도 계속 위축되고 있어 바이오기업들이 상장에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