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중단 사태로 키움증권이 발행한 신라젠 전환사채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5일 증권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라젠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키움증권이 발행한 신라젠 전환사채를 사들인 기관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3월 1100억 원 규모로 진행된 신라젠의 전환사채 발행 건과 관련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전환사채는 채권자가 회사에 빌려준 돈을 특정 날짜에 이자와 함께 받거나 정해진 주가(전환가액)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키움증권은 이번 전환사채 발행사례에서 1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총액인수했고 90% 이상의 전환사채를 기관투자자에 재매각(셀다운)했다.
신라젠은 핵심역량으로 꼽히던 ‘펙사벡’이 미국의 독립적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로부터 임상3상시험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5일 신라젠 주가는 2만1850원으로 직전 거래일인 3일보다 29.97% 하락한 가격에 장을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한가에 이른 것이다. 3월 전환사채를 발행할 당시 전환가액인 7만111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신라젠이 3월에 발행한 전환사채를 사들인 기관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이번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채권자들이 조기에 채권을 상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신라젠의 현금성 자산이 1분기 말 기준 870억 원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채권자들이 투자금을 모두 돌려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키움증권은 지난해부터 신라젠의 펙사벡과 관련한 ‘의혹’이 퍼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전환사채 발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바이오업계에서는 신라젠의 펙사벡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3월 한 매체는 신라젠의 펙사백의 임상실험 과정을 놓고 대학병원 교수들이 부정적 의견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한 정부기관에서 진행한 정부 지원사업에서 신라젠이 펙사벡의 약물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연구개발비를 받지 못한 적도 있다고 알려졌다.
신라젠의 전환사채 발행규모가 당초 계획했던 3천억 원에서 1천억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점 역시 증권업계에서는 사실상 펙사벡의 임상효과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시각에 힘을 실어준다.
신라젠은 당초 3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가 발행규모를 1천억 원가량으로 줄였는데 예상보다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자 자금조달 규모를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움증권이 펙사벡의 임상중단 가능성까지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따라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평판에 좋지 못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바이오회사의 기업공개(IPO)나 상장전 지분투자 등에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이 업계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그동안 쌓아왔던 '바이오 전문성'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신라젠 전환사채 발행건과 관련해 대부분 재매각을 한 상태인 데다 전환사채 매입자들도 펙사벡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이자율을 6%까지 높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만큼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