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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
엘리엣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날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두 번째로 제기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다뤄진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법정공방을 앞두고 여론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8일 웹사이트에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입장을 담은 설명자료를 게시했다.
영어로 작성된 27쪽에 이르는 이 자료를 보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을 놓고 치밀하게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우리는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우리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진행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입장은 삼성물산 합병과정을 놓고 절차상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어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놓고 공세를 펼치면서 그 목적을 놓고 그동안 여러 말이 나돌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과거행적에 비춰 거대 금융투기자본이 국내자본을 빼앗으려 하는 이른바 ‘먹튀 행위’라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헤지펀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단기에 주가를 띄운 뒤 이익금을 챙겨 달아난다면 삼성그룹 입장에서 볼 때 크게 손해 볼 것도 없다.
국부의 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여론도 삼성그룹 편을 들 것이 분명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도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볼 때 우려되는 것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분을 팔아치우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을 놓고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은 합병을 성사시키더라도 경영권 행사에 제약이나 간섭을 받을 수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행보를 보면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절차에 문제를 제기해 합병비율을 재조정하는 요구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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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를 다룬 도표<엘리엇매니지먼트 개설 웹사이트 자료의 일부> |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웹사이트에 게재한 자료에서 기존에 주장해 온 합병비율과 사업 시너지에 대한 의문 외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등의 문제를 제기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데 주목한다. 엘리엣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돼 합병 삼성물산이 탄생하면 모두 5개의 순환출자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합병 삼성물산',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합병 삼성물산',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합병 삼성물산' 등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의 공정한 합병안을 받아들이라고 주주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대신 장기적인 거버넌스 개선을 수용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문제를 제기했다. 두 회사는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7.39%와 4.79%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지 의문을 던졌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기업의 미래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번에 내놓은 자료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ISS는 7월 초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가처분 신청 사건의 법정 심문일을 앞두고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삼성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 허점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KCC에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넘긴 데 대해서 치열한 법리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