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형 올레드(OLED) 생산량 확대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큰 장애물을 만났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올레드 디스플레이 증착장비 등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4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광범위한 수출규제 결정에 LG디스플레이는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부품, 장비 등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해결책은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1차 규제였던 플로오린 폴리이미드, 에칭가스, 포토리지스트 등 3가지 품목의 수출제재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이번 백색국가 제외 조치로 올레드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재로 2일 각료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백색국가는 일본으로부터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가인데 여기서 제외되면 수출품목마다 따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출심사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 또 일본이 심사기간을 결정할 재량권을 보유하게 돼 제품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개정안은 7일 공포 절차를 거쳐 3주 뒤인 28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에 디스플레이 생산 관련 부품이나 장비, 소재 등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은 올해를 올레드 전환의 마지막 원년으로 정하고 대형 올레드의 생산량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파주 10.5세대 공장에 3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 집행, 사업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전환사채 발행 등 대형 올레드에 재무 부담이 큰 투자 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에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치로 디스플레이업계가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로 수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관리품목 159개를 정했는데 이 가운데 노광기나 증착기 등 디스플레이 장비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디스플레이 공정의 장비는 일본 의존도가 87.2% 정도로 높은 시장인데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10.5세대 파주 공장에 장비 입고를 진행하고 있어 더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비 입고가 지연되면 공장 가동시기가 늦춰지고 이에 따른 투자금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는 증착 과정에서 화이트 올레드(White OLED) 방식의 대형 오픈 마스크(Open mask) 증착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오픈 마스크 방식의 증착장비는 중소형 올레드(POLED)에서 사용되는 ‘섀도 마스크’ 증착장비보다 국산화가 수월하다. 섀도 마스크 증착장비는 사실상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반면 오픈 마스크 증착장비는 국내에서 에스에프에이 등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기업이 공급할 수 있다.
에스에프에이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형 올레드 증착장비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올레드 증착에 오픈마스크 방식을 쓴다. 국산화가 더욱 용이한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짧은 시간에 해결은 쉽지 않다. LG디스플레이가 최종적으로 국산장비 검증을 마쳐야 이를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데 최종 검증에는 최소 1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