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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 신경숙 일방 옹호에 비판 쏟아져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6-18 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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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창비, 신경숙 일방 옹호에 비판 쏟아져  
▲ 소설가 신경숙씨.

신경숙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지 오래다.

그는 196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정읍여중을 졸업한 뒤 서울 구로공단에서 일하며 영등포여고 야간부에서 고교과정을 마쳤다.

신씨가 문학수업을 제대로 받기 시작한 것은 1982년 서울예술전문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뒤부터다.

그는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겨울우화’가 당선된 뒤 ‘외딴방’, ‘풍금이 있던 자리’,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엄마를 부탁해’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중단편으로 문단의 주목과 함께 대중적 사랑도 듬뿍 받았다.

신씨는 이상문학상 등 국내 문학상을 휩쓴 데 이어 여러 작품들이 영역돼 해외에도 소개되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잡았다.

이런 신씨가 쌓은 위상 때문에 이번 표절논란도 그만큼 충격적이다.

신씨는 표절논란이 불거진 뒤 출판사 창비를 통해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전혀 모른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신씨는 이전에도 크고 작은 표절논란에 휩싸였으나 크게 문제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창작물에 대한 표절 잣대가 모호한 측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경숙이라는 브랜드의 영향력이 워낙 컸던 탓이기도 하다.

이응준씨는 문단에서 신씨의 까마득한 후배인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에서 한참 떨어진다. 국내 문학출판계에서 이른바 ‘이름값’ 하는 작가는 신경숙씨를 비롯해 공지영씨, 전경린씨, 김영하씨, 김연수씨 등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번 표절 논란에서도 문화권력을 형성한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신경숙씨의 작품을 출간한 창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창비는 문지(문학과 지성)와 함께 한국문학과 출판계를 이끌어 온 곳이다. 창비는 문학인들의 로망인 동시에 뒤집어 말하면 ‘갑 중의 갑’이다.

그런 창비가 표절논란에 휩싸인 신씨의 작품을 옹호하고 나섰다. 창비 문학편집부는 “해당 장면들은 작품에서 비중이 크지 않으며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표절의혹을 일축했다.

이런 창비의 입장표명이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에 더욱 기름을 끼얹고 있다.

신씨가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기대를 모으는 작가라 하더라도 책임있는 입장표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경숙 소설을 사랑했던 많은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어야 하는데도 창비조차 작가와 마찬가지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창비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창비의 한 직원은 트위터를 통해 “출판사 창비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며 “신경숙 작가의 단편소설 ‘전설’ 표절 논란과 관련해 회사가 발표한 입장이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를 위해 곳곳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회사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논란과 관련한 처음의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모두 헛된 일이 될 것”이라며 “회사의 기괴한 입장표명이 바로 한국문학에 대한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개탄했다.

“회사의 입장이 부끄럽다. 회사가 하루빨리 입장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바란다. 한 동료가 창비가 아니라 창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차라리 그냥 독자이고 싶다.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또 다른 창비 직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출판사 창비, 신경숙 일방 옹호에 비판 쏟아져  
▲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씨.
신씨의 표절논란에 대해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검증은 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유석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18일 페이스북에서 신씨와 창비의 해명을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 견해를 덧붙여 신씨의 작품을 평가우위에 두고 표절 의혹을 부인한 출판사의 입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학평론가인 오길영 충남대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표절논란의 핵심이 권력집단과 베스트셀러 작가의 공생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신경숙을 옹호하는 창비의 입장은 결국 매출을 올려주는 유력한 상품을 무조건적으로 지키려는 안간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논란이 된 문장은 명백한 표절”이라며 작가와 창비의 대응에 대해서도 “그렇게 변명한다고 가려질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응준씨는 신씨와 창비의 입장표명이 나온 뒤 블로그에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 분들께서 추상같은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썼다.

이씨가 표절주장을 제기하며 근거로 내놓은 한 대목은 이렇다. 물론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 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가운데 일부)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 이었다.” (신경숙의 ‘전설’ 가운데 일부)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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