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동산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금융위원회가 동산담보대출 활성화방안을 내놓으면서 동산담보대출의 위험관리 부담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금융지원을 확대하려는 정부정책에 떠밀려 동산담보대출 활성화에 뒤늦게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1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올해 동산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전 시스템 구축, 신규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신용정보원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동산금융정보시스템(MoFIS)을 활용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과 동산담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동산금융정보시스템은 기계·기구, 재고, 지식재산권(IP) 등 동산을 일정한 분류 코드로 묶고 중복담보 여부와 감정평가액, 실거래가액 등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동산은 종류가 다양하고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 공동의 통일된 분류코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8월 동산금융정보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에 앞서 내부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8월 안에 동산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전용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이미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상품을 내놓으며 대출규모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데 비하면 늦은 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들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잔액은 800억 원가량이다. 올해 4월 말 기준 대출잔액 14억 원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뚜렷하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존 담보 위주 영업관행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출시하고 예비 유니콘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현재 기술력 등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유형자산담보대출, 판매망을 갖춘 중소기업의 영업력을 고려한 재고자산담보대출을 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전문성과 설립취지에 맞춰 가축(소) 등을 담보로 삼아 시중은행과 차별화한 동산담보대출도 해주고 있다.
NH농협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35억 원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90억 원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신규 대출규모는 140억 원가량이다.
NH농협은행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동안 동산담보대출을 늘리는 데 소극적이었다. 동산담보대출이 늘어나면 사후관리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산담보물에 사물인터넷(IoT) 단말기를 부착해 담보물의 위치정보, 기계가동 여부, 월별 가동률 등의 정보를 추가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담보물 가치가 불안정하고 담보물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점도 동산담보대출을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가 은행들에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 자금지원을 주문하며 제도적 보완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만큼 이런 부담도 소폭 낮아졌다.
금융위는 7월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권 간담회’를 열고 동산금융 활성화 계획을 내놨는데 은행의 위험관리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융위는 8월 안에 ‘동산·채권담보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담보권설정자가 동산담보물의 가치를 고의로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법원경매를 거치지 않고 담보목적물을 직접 매각하거나 민간시장에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다.
은행의 대출금 회수를 돕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담보물 또는 부실채권을 일정한 조건에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강화 등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제도적 뒷받침만 된다면 동산담보대출을 늘릴 유인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